대한불교 진각종이 밀교(密敎)의 역사적 전개과정에 대한 고증작업에 나섰다. 지난 47년 회당 손규상 대종사가 득도해 만든 진각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지난 21일부터 진각종이 티베트 불교 순례에 나선 것은 한국 밀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티베트의 밀교 유적을 찾으려는 뜻에서다. 밀교란 비밀불교 또는 '밀의(密儀)불교'의 약칭으로 즉신성불(卽身成佛)을 목표로 하는 불교다. 법신(法身) 비로자나불을 주불(主佛)로 모시며 '대일경(大日經)'과 '금강정경(金剛頂經)'을 기본 경전으로 삼는다. 3세기쯤 인도에서 형성된 밀교가 이 땅에 들어온 것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서다. 인도에서 당나라를 거쳐 통일신라에 전해진 것이 첫번째이고 인도→티베트→몽골(원)→고려로 전해진 것이 두번째다. 특히 티베트에서 전해진 밀교는 '옴마니반메훔'의 육자진언과 밀교적 '37존(尊)'이라는 밀교만의 불·보살 배열이 결합된 것이 특징.이번 순례에선 티베트 제3의 도시인 갼체의 쿰붐 사원에서 그동안 불서나 불화로만 전해지던 '37존'의 실체를 확인했다. 쿰붐 사원의 대법당 왼쪽 방에서 발견된 이 37존은 비로자나불인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보생여래 불공성취여래 등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순례단을 이끈 진각종 문화사회부장 회성 정사는 "그동안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 없이 37존을 모셔왔는데 이번에 실체를 직접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순례단은 중국 서안의 법문사에서도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당나라 밀교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금태합만 봉진보살'을 비롯해 12환의 석장(錫杖)을 짚은 대일여래상 등의 밀교 유산을 찾아냈다. 또 인도 북부를 순례한 혜일 총인(종정에 해당) 등도 라닥 지방의 타보사에서 '37존상'을 발견하는 등 밀교의 뿌리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라사(티베트)=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