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방가르드 무용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홍신자의 춤 30년을 기념하는 대공연이 오는 27일부터 9월6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홍신자는 중국의 저명한 무용평론가 우장핑의 저서 '세계 무용사를 만든 18인'에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돼 이사도라 던컨, 니진스키, 머스 커닝햄 등 세계적인 무용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이다. '동양 전통미학에 뿌리를 둔 서양 전위무용의 꽃'으로 서구에서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홍씨는 1973년 옛 명동의 국립극장에서 실험무용 '제례'를 올리면서 국내 공연예술계에 '아방가르드 열풍'을 몰고왔다. '제례'에서 보여준 정적인 몸짓과 곡(哭), 맨등허리의 과감한 노출과 함께 일상적인 움직임을 춤언어로 끌어 쓴 도발적인 공연행위는 관습화된 현대 무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춤문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신자는 이번 공연에서 '홍신자와 친구들'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직접 무대에 오른다. 이어 86년 초연돼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뉴욕 전성기 시절의 전위무용 작품 '세라핌'과 '시간 속으로'에 이은 연작 '시간 밖으로'를 무대에 올린다. 이 중 신작 '시간 밖으로'는 죽은 후 육체와 분리된 영혼들이 자신의 삶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가지는 미련과 영혼세계에서의 감정 및 의식을 표현한 작품이다. 중국과 일본 대만에서 온 중진 무용가들이 게스트 댄서로 참여해 죽은 자의 감정을 표출하는 솔로 댄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생전에 이루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영혼들끼리 그들만의 세계에서 게임을 하고 사랑하고 인간세계를 그리워하는 춤을 추는 등 재미있으면서도 서글픈, 죽음의 그림자가 깔린 독특한 색채가 이어진다. 홍신자는 무용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에 라즈니쉬를 소개한 라즈니쉬의 첫 한국인 제자이기도 하다. 3년간 인도에서 명상수행을 하면서 '자유를 위한 변명' 등을 써낸 베스트 셀러 작가로도 이름 높다. 무용평론가 김태원씨(동아대 교수)는 "홍신자는 한국 무용사에서 춤이란 그저 얼굴이나 몸매 이쁜 이들이 하는 것이란 대중의 선입관을 정면으로 깨뜨린 사람일 뿐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빌려 심각한 인간의 내면적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실증한 흔치 않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02)7665-21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