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박동진 명창은 우리시대 대표적인 판소리계 거목이자 대들보로 꼽힌다. 몇 해전 모 CF광고에 등장, 구수한 목소리로 '제비 몰러 나간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며 우리것의 소중함을 우리속에 일깨웠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고인은 1916년 7월 12일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전중학교 시절인 열 여섯살때 판소리에 빠져 소리꾼이 되기로 결심, 이후 무작정 집을 나서 전국 곳곳을 다니며 유명하다는 선생들을 찾아 소리를 익혔다. 그 때 만난 스승들이 당대 명창들이던 정정렬, 유성준, 조학진 등. 박 명창은 이를 계기로 1934년 정정렬 선생으로부터 판소리 춘향가를, 35년 유성준 선생으로부터 수궁가를, 36년 조학진 선생으로부터 적벽가를, 37년 박지홍 선생으로부터 흥부가를 차례로 배우게 된다. 1962년 국립국악원에 들어와 소리 공부를 계속하다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68년 국내 최초로 다섯시간에 걸쳐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하면서부터였다. 68년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판소리 춘향가를 장장 여덟시간에 걸쳐 완창했으며 이어 70년 심청가, 72년 수궁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을 차례로 완창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당시 일반 국민들 사이에 잊혀져 가던 판소리를 새롭게 부흥시키고 이후 수많은 명창들이 완창 판소리에 도전하게끔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67년 국립창극단 입단 후 73년 적벽가로 인간문화재에 지정된 박 명창은 81년 은관문화훈장, 82년 전국국악대상, 83년 서울시 문화상, 2000년 KBS국악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자신의 고향에 설립한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을 통해 후진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