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MBC 밤 12시25분)=눈에 보이는 공포효과를 쓰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영화. 사람과 사람,사람과 공간,공간과 소리 사이에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공포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윤종찬 감독이 미국 유학 시절 만든 단편 영화 '메멘토'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일그러진 한국사회에 대한 감독의 우려와 두려움을 반영한다. 재건축될 미금 아파트 504호에 용현이 이사온다. 그는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510호의 여인 선영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선영은 용현 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나서는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용현은 그녀를 도와 죽은 남편을 야산에 묻는다. 용현은 그가 이사오기 전 광태라는 젊은 작가 지망생이 불타 죽은 일,30년 전 바람난 남자가 아내를 죽이고 도망친 뒤 갓난아기 혼자 아파트에 남아 며칠 동안 울고 있었던 일 등 504호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알게 된다. □박하사탕(KBS1 오후 11시25분)=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남자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20년간 한국사회의 변화까지 함께 보여준다. 1999년 봄,20년 전 첫사랑과 함께 찾았던 자리로 돌아온 마흔살 김영호는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며 기찻길로 뛰어든다. 1994년 여름,영호는 맞바람을 피우며 생기없이 살아가고 있다. 1987년 4월,영호는 삶에 찌든 형사의 모습이다. 만삭의 아내와 일상의 권태 속에서 첫사랑 순임을 떠올리곤 한다. 1984년 가을,새내기 형사 영호는 자신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1980년 5월,전방에서 군복무 중인 영호와 그를 면회왔던 순임은 길이 엇갈리고 만다. 1979년 가을,구로공단 야학에서 만난 영호와 순임. 순임이 건네준 박하사탕을 먹으며 영호는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