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케이드,꽃,박물관,분수,산책...'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특징 짓는 수식어들이다.


인구 14만여명의 스위스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 베른.


유럽에서 중세의 정취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아레강에 둘러싸인 베른의 구시가지는 1191년 건립된 후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 왔다.


유네스코는 그래서 지난 2001년 12월 이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구시가지에는 1218년 만들어진 시계탑과 1421년부터 무려 4백72년에 걸쳐 지어진 뮌스터대성당 등 역사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스위스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 뮌스터성당 입구는 에르히르트 킹의 부조장식 '최후의 심판'으로 꾸며져 있다.


중세의 선악의 개념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작품엔 타락한 성직자,창녀,악독한 세리 등 심판을 기다리는 2백34명의 표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사찰의 불화(佛畵)를 연상케한다.


내부에는 12m에 달하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5천4백4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이 웅장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크람거리의 도입부에 위치한 시계탑은 지금도 매시 4분 전부터 볼거리를 연출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10m가 넘는 대형시계탑 주변에서는 마치 전자오락 테트리스의 광대를 연상케 하는 인형들이 움직이고 시가지를 흔드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탑 왼쪽 코른하우스 광장에는 어린이를 잡아먹는 모습의 식인귀 분수가 있다.


베른에는 이 같은 분수가 1백개를 넘는단다.


분수 중 11개는 조각상으로 장식이 돼 있다.


슈피탈거리에서 시작해 게레히티히카이즈 거리까지 구시가를 따라 지나가는 6km에 걸친 아케이드엔 각종 의류에서부터 가구,장신구,도자기,시계,보석,생필품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옛 유럽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이 아케이드는 전체가 하나의 복도형태.


비오는 날에도 옷이 젖지 않을 정도로 널찍한 복도가 지붕 아래로 이어진다.


아인슈타인이 1902년부터 거주하며 상대성이론을 처음 기술했던 아인슈타인 하우스,베른의 상징인 곰들이 서식하는 곰공원,지난 1897년까지 실제 감옥으로 쓰였던 카픽트룸 감옥탑,해마다 여름이면 수천송이가 피어나는 장미공원,시내 곳곳에 위치한 10여개의 박물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지난해에는 대형 카지노도 들어섰다.


시내관광은 걷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시간 여유가 없거나 장미공원 등에 갈 때는 트램(전차)이나 버스를 이용한다.


티켓은 정류장의 자동판매기에서 살 수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여행수첩 ]


옛시가지에는 부담 없이 찾을 만한 소규모의 레스토랑이 많다.


기차역 뒤쪽의 베른대학 구내식당에서는 10스위스프랑(한화 9천원)정도면 알프스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명물 요리는 베르너 플라테.


'베른의 요리'라는 뜻으로 햄과 소시지 등 여러 종류의 고기와 야채를 섞어 만든 소박한 맛의 향토요리다.


베른까지는 국제공항이 있는 취리히에서 열차로 1시간10분,제네바에서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열차는 1시간에 2편 정도 운행된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테제베(TGV)로 4시간30분,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고속열차인 시셀피노(CIS)로 3시간15분 소요된다.


베른 인근에는 3개의 호수지역과 시계 밸리,치즈로 유명한 에만텔 등지를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다.


또 융프라우도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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