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사회 시스템은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에 가깝게 변해왔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제도적 환경은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생존 전략을 적기에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종전과 같이 정부가 해결사로서 나서던 시스템이 아니라 이제는 시장이 적자생존을 판단하고 기업은 이에 순응하는 자세로 생존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시장이나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면 더 이상 기존 경영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호응을 얻어도 미래 시점에 변덕스런 고객의 입맛이 바뀌거나 천적과 같은 새로운 경쟁사가 등장하여 외면당한다면 그것은 공급자인 기업의 미래예측 능력이나 위험관리 능력 부족탓이다. 이를 달리 본다면,기업의 운명이란 항상 새로운 환경에 의해 변한다는 명제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번영 위에서조차 제로베이스에서 미래 진로를 모색하는 자세가 요구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기업 회생을 위한 혁신 경영'(카터 페이트·할란 플랫 지음,현대경제연구원 옮김,이지북,1만3천원)이 첫번째로 꼽고 있는 기본 수칙이다. 변화무쌍하게 반복되어 온 기업의 흥망성쇠 속에서 미국의 기업회생경영협회(Turnaround Management Association)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히 부도 위기나 퇴출 압력에 직면한 문제 기업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정상 범주에 드는 모든 기업들에까지 기본적으로 부딪치는 회사의 경영 현실을 스스로에게 이롭게 만드는 눈과 방법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물론 초기 단계에서는 이들도 문제가 발생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컨설팅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러한 컨설팅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지혜를 통해 현재 업계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이라도 동시에 미래의 어려움이 내재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다.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모든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상황별 최선의 대응태세(best practice)가 최상의 기업,위기 극복 기업,심지어 망한 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제시돼 있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도 기업을 처리하고 부실해진 자산을 매각하는 소중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 하지만 살아 있는 기업 입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경영 위기에 대해,그리고 잠재된 생존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지혜에 대해 자문해주는 통로가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책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진과 기획 실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규모와 범위,지향하는 고객층에 대한 선택에서부터 인사·재무전략,프로세스 혁신 등 실로 광범위한 경영 부문에 걸쳐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박태영 한국채권공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