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중국 남부 광시성에서 시작돼 14년간 18개성 6백여개 도시를 휩쓸었던 태평천국의 난.기독교 사상을 내세운 홍수전을 우두머리로 하는 이 농민반란 앞에 청 왕조는 무력했다. 황제의 명으로 각 성에서 조직된 향촌 단위의 자치조직은 연전연패하며 궤멸해갔다. 그러나 후난성의 대규모 지역의용군인 '상군(湘軍)'만은 달랐다. 농민과 병사를 의용군으로 편제한 상군은 관군을 대신해 태평군을 진압했다. 이 상군을 조직하고 이끈 사람이 바로 증국번(曾國藩·1811∼1872)이다. '중체서용의 경세가 증국번'(총샤오롱 지음,양억관 옮김,이끌리오,1만8천원)은 이런 증국번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한 전기 소설이다. '중체서용'이란 중국의 정신을 근본으로 삼고 서구의 물질을 이용하자는 것.소설은 까다롭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그러나 부와 권세를 향한 신분 상승의 돌파구였던 과거시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증국번은 7단계의 과거시험을 거쳐 마침내 벼슬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증국번이 관리로서 일하는 사이 한쪽에선 과거에 세번이나 낙방한 홍수전이 '배상제회(拜上帝會)'를 조직,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다. 광시에서 난을 일으킨 태평군은 동팅후(洞庭湖)를 거쳐 창장(長江)을 타고 2년만에 난징(南京)까지 접수했다. 무력한 관군 대신 싸움에 나선 증국번이 11년여의 전투에서 태평군을 물리치는 과정이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반란을 평정한 증국번은 옛 질서의 재흥을 위해 노력하고 정치쇄신,감세(減稅),유럽 제국과의 양보와 타협정책 등으로 청조 말기의 일시적 중흥기인 '동치중흥(同治中興)'을 이뤄냈다. 서양의 군사기술과 무기를 도입해 군사력 강화를 도모한 양무운동의 주창자이며 학자요 문장가로서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