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적으로 생각하라"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결정을 오늘 내리지 말라" "전문가들을 완전히 믿지는 말라" "4백년 이상 된 고전을 읽어라" 무슨 말인가. "창조적인 괴짜들의 리더십"(스티븐 샘플 지음,표완수 옮김,김영사,9천9백원)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역설의 진리가 가득 담겨있다. 저자는 미국 남가주대학과 버팔로 뉴욕주립대학 총장을 지내면서 이들 대학을 일류 그룹으로 끌어올린 주역. 괴짜들의 리더십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입,이를 강의하면서 가전제품 분야의 특허권들도 여러개 확보하고 있는 발명가 교수다. 그의 말을 하나씩 짚어보자.'회색적인 사고'는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 좋으냐 나쁘냐,검으냐 희냐 등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사실 본질을 꿰뚫기 전에 선입견을 갖는 것은 스스로 벽을 쌓는 것과 같다. 결정을 미루라는 것은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라는 말이다.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문가를 맹신하지 말라는 것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되 균형감각을 갖고 자신의 비판적인 분별력과 연결시키라는 말. 경쟁자들도 알고 있을 법한 뉴스는 보좌관들을 통해 접할 수 있으니 자신은 고전에서 황금의 지혜를 찾으라는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더 재미있는 대목은 '리더십을 위한 스티븐 샘플의 70/30 공식'이다. 리더는 시간의 30%를 실질적인 일에 사용하고 70%는 허드렛일에 쓰라는 것이다. 햇병아리 경영자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지만 2∼3년 뒤에는 지치고 만다. 그러나 현명한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와 비중을 잘 구분한다. 물론 30%에 해당하는 실질적 업무가 20%나 5%로 줄어들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또 '리더십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오늘날 가장 정형화된 것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작곡 당시에는 그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고 있었는가 되새겨보자. 유능한 경영은 과학일지 모르지만 유능한 리더십은 순전히 예술이라는 것.그래서 리더십의 요체는 음악과 미술,시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그는 책의 마지막까지 '리더의 최고 덕목은 인간 본성을 들여다볼 줄 알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그 지혜를 담은 보고서가 바로 고전(슈퍼 텍스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그는 '고정관념의 교실'에 갇힌 모범생들에게 예스맨이 아니라 괴짜맨이 되라고 권한다. 병든 조직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고인 물'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춘 괴짜들의 '흐르는 물'이다. 이밖에 날려버린 돈과 어제의 실수는 잊어버려라,패배한 반대자에게 쓸데없는 굴욕을 주지 말라,당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 등의 성공 등식도 음미해볼 만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