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자 고사리손들이 일제히 불이 난 곳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한다. 불과 5초 만에 불길이 잡히자 "초기 화재진압에 성공하셨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화재진압에 성공한 어린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소화기 체험실에서 나온다. 체험실을 나온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또 하고 싶어요." 지난 22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 위치한 '시민안전체험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올 3월 문을 연 서울시민안전체험관(safe119.seoul.go.kr)이 인기다. 체험관은 서울시소방방재본부가 재난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개설했다. 지진이나 풍수해 같은 자연재해의 실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상시 응급처치 요령, 소화기 사용법, 화재시 대피요령 등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이곳은 지상 3층, 지하 1층에 20여개 가상 재난체험실을 갖추고 있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1층에 있는 '풍수체험실'과 '지진체험실'. 풍수체험실에서는 대형 송풍기와 스프링클러가 초속 10∼50m의 바람과 최대 3백㎜의 비를 뿌려 'A급 폭풍우' 상황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한다. 다만 초속 50m 세기는 일반인들이 실제 체험하기에 위험 부담이 커 마네킹이 사람을 대신한다. 기자는 '맛보기'로 비는 뿌리지 않고 초속 30m의 바람만 몸으로 맞아 보기로 했다. '송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세면 얼마나 세겠어'라는 순진한 기대는 체험실을 들어서는 순간 깨졌다. 안전용 강철지지대를 붙잡지 않고서는 눈을 뜨기는커녕 몸 하나 지탱하기도 어려웠다. '지진체험실'에서의 느낌은 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살면서 한 번도 지진을 느껴보지 못한 기자가 체험실에서 경험한 '진도 7'의 지진 상황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2층의 '연기피난체험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의 대피요령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비상구'라는 푯말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화재 발생시를 가정해 통로가 밑으로 약간 꺼지기도 해 끝까지 탈출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시 연기 피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얼마 전에는 롯데백화점 직원 50여명이 이곳 체험실을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다. 3층 '안전한 우리집'은 목욕탕 미끄러짐이나 다리미 과열·가스 안전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콩트처럼 재미있게 꾸며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체험관을 나기기 전 설치돼 있는 '방재문답' 코너에서는 안전상식과 관련한 15개의 문제를 모두 맞힐 경우 자신의 사진이 인쇄된 모범시민 상장을 주기도 한다. 체험관의 김영식 소방관은 "안전사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급상황 때 냉정함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침착성은 평소 안전 대비훈련을 철저히 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체험관은 어른(19세 이상) 7백원, 청소년(13세 이상) 3백원의 이용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02)2049-40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