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거대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가진 나라, 피라미드의 수수께끼를 간직한 나라, 불멸의 신들에게 바쳐진 장엄한 신전의 나라. 유유히 흐르는 나일 강을 따라 속세의 시간은 흘러가지만 태양신 라, 하늘의 여신 누트의 시간은 영원 무한하다. 사람 크기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한 신상 앞에 서면 경외감에 압도되어 말을 잃는다. 이집트 전역에는 크고 작은 신전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나일강 중상류의 고대 도시 룩소르에는 가장 큰 카르낙 신전이 있다. 그리스 이름 '테베'로도 잘 알려진 이 고대 도시는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기원전 2050~1069년) 시대의 수도로서 번성하던 곳이다. "세상의 모든 재화가 이곳에 몰려들었다"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말은 남아있는 신전의 규모가 증명해 준다. 도시 중심의 나일강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왕들의 무덤이 있고 동쪽에는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이 있다. 카르낙 신전은 4000년 전부터 로마시대까지 증.개축이 계속되어 온 세계 최대규모의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어쩌면 카르낙 신전이 가장 큰 신전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북부의 나일강 삼각주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신전들도 카르낙 신전보다 크거나 적어도 비슷한 규모였을 것이라 하니 이집트 왕국의 어마어마한 위세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한다. 신전 입구 양쪽에는 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들이 도열해 있다. 이 초현실적인 광경은 신전의 내부로 들어갈수록 그 정도를 더한다. 제2탑문 앞에 서 있는 람세스 2세의 거상을 바로 아래서 올려다보자면 고개가 꺾어질 듯 높다. 특히 엄청나게 커다란 기둥들이 늘어선 홀에 들어서면 놀라움을 넘어서서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높이 23m와 15m 두 종류의 거대한 기둥들이 134개나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기둥 하나는 직경이 3m도 넘어 보이는데, 장정 다섯이서 양팔을 벌려도 감싸안을 수 없을 만큼 크다. 그 수많은 기둥에 빼곡이 들어찬 상형문자들은 더더욱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 기둥실을 지나 똑바로 나가면 투트모스 1세와 핫셉슈트 여왕의 오벨리스크가, 더 나아가면 투트모스 3세의 축제전이 나온다. 기둥 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제7탑문과 성스러운 연못이 나타난다. 카르낙 신전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매일 밤 소리와 빛의 쇼를 연다. 검은 밤 화려한 조명으로 돋보이는 신상들을 보면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룩소르 신전은 카르낙 신전의 부속물로 세워진 것으로,테베의 진정한 통치자로 숭배되던 아몬신과 그의 아내 무트, 아들 콘스를 위한 신전이다. 정문 왼쪽에는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본래는 좌우에 2개의 오벨리스크가 있었는데 오른쪽의 것은 현재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놓여 있다. 정문 외벽에는 람세스 2세가 카데시(현재의 시리아)에서 히타이트 족을 격퇴한 장면이 벽화로 묘사되어 있다. 신전 정면 좌우에는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와 입상 4개가 세워져 있었으나 역시 입상 2개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룩소르 신전은 주로 왕과 신성의 결합 의식을 위한 축제에 사용되었다. 왕족의 거상을 실은 배가 카르낙 신전에서 출발하면 군중들이 강을 따라 걸어와 룩소르 신전까지 3km의 행렬 축제가 이어졌다. 룩소르 신전에서 왕은 신성과의 결합 의식을 치르고 신전 밖의 군중들은 소리를 지르며 왕의 부활을 기다렸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왕은 신으로 거듭나고 그의 절대적인 권한을 유지해 나갔다. 아스완 댐의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했던 아부 심벨 신전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유네스코의 국제적인 노력으로 더욱 유명해진 신전이다. 결국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신전을 절단해 본래 위치에서 60m 더 높은 곳으로 옮기는 대규모 공사가 실시되어 성공적으로 끝났다. 바로 옆에 펼쳐진 푸른 나세르호와 돌로 된 사막의 신전, 청색과 황색의 뚜렷한 대비가 시원스럽다. 아부 심벨 신전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에 람세스 2세가 암산에 굴을 파서 만든 것으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세운 아담한 소신전 두 개가 있다. 대신전의 정면 양쪽에는 높이 20m나 되는 람세스 2세의 좌상이 놓여 있다. 이 석상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둥실이 나오는데 오시리스 신의 모습을 한 높이 10m의 람세스 2세 입상 8개가 늘어서 있다. 신전 내부는 네모난 넓은 방이 안쪽 부분으로 이어져 전체 깊이가 약 55m나 된다. 이 곳에는 왕비 네페르타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조각되어있으며 가장 깊숙한 곳의 지성소에는 신들의 좌상이 늘어서 있다. 소신전 정면에는 람세스 2세의 입상 4개와 네페르타리의 입상 2개가 나란히 서 있으며 그 조각상 밑에 자식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신전 내부의 기둥에는 하토루 여신이, 벽면에는 채색된 왕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 Travel tips ] 찾아가는 길 : 인천에서 카이로까지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경유해 가는 항공편이 있다. 대한항공(02-2656-2000)의 경우 매주 월,금요일에 출발편이 있다. 소요시간은 두바이까지 11시간, 다시 카이로까지 3시간 50분. 이집트 여행 문의 : 이집트 관광청 서울사무소 02-795-0282 visitegypt.co.kr < 글 = 정상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