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도발의 현대무용가 안은미(40.대구시립무용단 단장)가 신작을 내놓는다. 28-30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안은미의 춘향」. '파격과 도발'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그에게는 언뜻 어울릴 법하지 않은 '춘향전'이 소재다. 이에 대해 안씨는 "맨날 한복 입고 나오는 '춘향전'들을 보다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해보자 했다"며 "스토리가 있어 부담스럽지만 이제 이 나이면 좋은 작품 하나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 좀 과장하자면 20년의 결실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서양처럼 고전을 패러디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대본은 안씨가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원로평론가 박용구씨가 직접 썼다. 박씨는 안씨에게 "우리 민족성은 해학과 신명인데 너는 이미 그걸 가지고 있다. 네 공연은 이미 즐거움을 갖고 있으니 전통을 되살리는 걸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본을써줬다고 한다. 소재는 고전에서 취했지만 안은미의 색깔이 입혀지면서 역시 파격적인 공연으로탈바꿈했다. 일단 주인공 춘향이 순종적 여성에서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여인으로 변한다. 또 나이 든 노처녀에, 목욕하다가 몽룡과 만난다는 설정이다. 무대는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된다. '정열과 사랑'의 색깔이라 이 색을 골랐다. 보자기가 의상 겸 오브제로 쓰이는데 안씨는 보자기에 대해 "융통성과 비정형성, 유머감각 등 조상들의 미감이 집약된 생활도구"라고 말한다. 음악도 판소리 '춘향전'를 랩으로 바꿔 쓰고 이야기는 많이 줄여서 '사위 고르기-옥중 꿈이야기-어사출도'로 단순화했다. 또 최근 무대에 오른 「아바타 처용」에서도 보디페인팅을 담당했던 채송화씨가 가세, 한국적이고도 관능적인 보디페인팅을선보일 예정이다. 공연단은 안씨가 지난 2년간 조련한 대구시립무용단. 여기에 강미선 안영준 조정희 정연수 예효승 등 소문난 춤꾼들이 객원으로 참여하고 박용구씨의 아내 정소피아씨도 일흔둘의 나이로 춤무대에 데뷔한다. 현대무용뿐 아니라 한국무용과 발레를끌어들인 것도 주목할 점. 음악은 그간 안씨와 함께 작업해온 어어부프로젝트 밴드의 장영규씨와 타악그룹공명 외에도 '예솔이' 이자람씨가 합류해 동서양의 퓨전을 들려준다. 안씨는 "그간 파격적인 것만 했다면 이번엔 우리 전통과 파격을 잘 합쳐서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며 "자존심과 용기뿐인 내가 고민을 많이 한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씨는 지난해말 대구시립무용단장에 재임명됐다. "처음에는 대구처럼 보수적인 데서 어떻게 오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무용인구 저변을 확대시킨 공로 덕에재임된 듯하다"는 게 안씨의 설명. 단원들도 관객반응이 '예상외로 폭발적'이라고말한다. 안씨는 오는 5월초 이 작품을 대구에서 다시 공연한다. 독일의 세계적 안무가피나 바우슈도 이때 대구를 방문할 예정. 안씨는 이어 5월 국제현대무용제에 「하늘고추」로 참가하며 6월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솔로공연 「Please」를 공연한다. 8월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개.폐막식 안무를 맡고 12월에는 대구시립합창단과합동공연 「까르미나 부라나」를 올릴 계획이다. 공연시간 28일 오후 8시, 29.30일 오후 6시. 2만-4만원. ☎ 2005-0114, 2263-4680, 1588-1555, 1588-7890.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