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와 한국능률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뽑혔다. 이 회장은 또 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지도자 50'에서 3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회장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성격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방송작가인 홍하상 씨가 쓴 '이건희'(한국경제신문,1만1천원)는 이 회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주는 책이다. 어린시절부터 형들을 제치고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해 소니가 두려워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기까지 그의 일대기를 다뤘다. 또 이 회장의 성격과 경영스타일,개인적인 취향도 상세히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회장의 어머니는 이 회장이 젖을 떼자마자 그를 의령의 시어머니 댁으로 보냈다. 네 살 무렵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버지 이병철 회장은 몹시 바빴고 누나와 형들은 학업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게다가 초등학교 5학년때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난 그는 일본인들의 민족 차별을 받으며 친구나 부모 없이 사춘기를 보냈다. 이같은 어린시절 때문인지 이 회장은 말이 별로 없고,혼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삼성본관 28층의 사무실에도 잘 나오지 않고 한남동 승지원에서 몇시간이고 생각에 빠진다. 특히 사업에 착수하기 전에는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고도 왜 그 사업을 해야 하는지 열 번 이상 생각한다고 한다. 그는 걸음걸이도 느리고 표정에도 변화가 없다. 사람 이름도 잘 외우지 못한다. 그러나 사색을 통해 사장단이 미처 보지 못한 점을 생각해내고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위기는 내가 제일이라고 생각할 때 찾아온다.발전이 없는 현재는 자만심에 찬 퇴보이기 때문이다"라며 10년 후 사업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이같은 이 회장의 성격과 경영철학이 어떻게 삼성의 사업전략 속에 녹아드는 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이 회장 자신과 삼성그룹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점쳐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