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변종곤(55)씨는 뉴욕에서 20여년간 살며 회화와 조각이 결합된 아상블라주(assemblage.잡다한 물건을 조립한 작품)를 제작해 왔다. 이번 전시에 "신은 죽었는가"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30여점의 작품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의 충격을 상징적으로 담았다. 그는 테러사건이 나던 날 뉴욕 브루클린아파트에서 한 쌍의 남녀가 손을 꼭 잡고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비극적인 장면을 망원렌즈로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신은 죽었는가"라고 외쳤다고 한다. 출품작은 테러사건 자체를 재현하기보다 문명사회와 소비주의,향락,소유가 흠뻑 배어 있다. 신부와 수녀의 키스 장면은 베네통 광고사진을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아홉 개의 열쇠에 붙잡혀 허우적거리는 작품 속 인물은 현대자본주의에 함몰된 현대인의 현실을 웅변한다. 변씨는 쓰레기 더미나 벼룩시장,골동품점에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잡동사니를 얻어 오브제로 결합시키거나 극사실주의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다. 서로 이질적인 두 오브제가 충돌하면서 볼거리와 사고를 촉발시키는 셈이다. 21일까지. (02)549-7574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