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사의 주요 무대이자 랴오둥(遼東)반도 최대의 항구도시 다롄(大連).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일찌감치 외국 문물이 유입되었던 이 도시는 지금도 중국 내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대화와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근대 유럽 및 러시아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현대적인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대련의 밤길을 거니는 동안 세월을 오가는 낭만에 빠져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국가로 떠오른 중국의 급변하는 현주소를 확인해 보기에 인민로만한 곳은 없다. 인구 5백90만의 도시를 관통하는 중심 도로이면서 좌우에 늘어선 현대식 고층빌딩들의 화려함은 서울의 그것에 못지 않다. 5성급 호텔들을 비롯해 프라마 백화점 등 유명 쇼핑몰들이 눈부시게 불을 밝히고 있다. 이 인민로가 시작하는 곳에 세워진 거대한 범선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바로 1405년 명나라 장군 정화가 인도차이나 반도 등을 점령하기 위해 길을 나섰던 이른바 '남해원정' 출발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 당시에도 이미 다롄은 무역항으로서 군항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 본토의 주요 도시들 대부분이 가장 번화하고 중심이 되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인민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이 곳 다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중국의 관광명소들은 심심찮게 그 규모로써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인민로가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성해공원은 단연 다롄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 아시아 최대의 원형 광장을 끼고 있으면서 공원 자체가 거대한 조형물이기도 하다. 바닥은 평편하지만 양쪽 끝으로 갈수록 점점 경사가 높아져 파이프의 절반을 잘라 놓은 듯한 형상. 축구장 하나는 족히 될 만한 이 조형물 위에서 사람들은 산책과 데이트를 즐기고 젊은이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한다. 용을 형상화 한 가로등이 원형광장 둘레를 감싸고 있고 조형물에는 조명이 비추고 있어 야경이 그만이다. 이 공원 앞은 좁은 만이기도 한데 바다 위에는 유람선을 개조한 초호화 식당이 둥실 떠 있다. 수천개의 전구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물론 유람선 특유의 화려한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성해공원의 운치를 더한다. 세계 108개국을 항해 한 뒤 은퇴해 지금의 선상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 중산광장이다. 용의 여의주를 본딴 둥근 전구가 12층을 이루는 화려한 가로등이 잔디 광장을 빙 둘러가며 밝히고 있는 것은 물론 10갈래의 도로와 10개의 건물이 광장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0갈래 도로가 빙 둘러가며 뻗어 있으니 그 규모 역시 짐작할 만한 일. 10개의 건물은 모두 근대에 지워진 유럽풍과 일본풍의 것들로 은은한 조명으로 외관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일본이 세운 괴뢰국가 만주국의 황제 푸이가 묵었다는 다롄 호텔도 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원색의 네온사인은 20세기 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고 1백년 전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외관은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이 호텔 로비에는 푸이가 앉았다는 소파가 여전히 놓여져 있다. 황제의 기분을 느껴볼 요령으로 관광객들은 이 자리에 앉아 보고 사진을 찍지만 당시 푸이의 심경은 '좌불안석'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러시아 거리와 일본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청일전쟁 후에는 러시아의 조차지로, 러일전쟁 후에는 일본의 점령지였던 도시의 역사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넓은 길 좌우로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듯 거리 전체가 붉은 벽돌과 상아빛 돔 지붕의 건물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패션 화보 촬영과 영화촬영에 종종 이용되는 것은 물론 서양인들조차도 그 아름다움에 탄복을 금치 못한다는 것이 동행한 가이드의 설명. 다롄의 현대적인 감각은 중산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인민로와 더불어 최대의 번화가이기도 한 곳. 뉴 마트, 태평양 백화점 등의 대형 쇼핑몰들과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눈부신 조명과 차량의 행렬로 거리는 불야성을 이룬다. 뉴 마트 건너편은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중국인들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미 자취를 감춰버린 카아바이트 불빛과 전구 한 알만을 밝힌 노점상들이 이어지는 야시장의 정취가 다롄의 또 다른 밤풍경을 꾸려가고 있다. [ Travel Tips ] 대련 가는 길 =중국북방항공이 매일 1회 다롄과 인천간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만약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뱃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수요일과 토요일에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하는 배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저녁 18시 30분 경에 출발해 다음날 12시경 대련항에 도착하게 된다. 돌아오는 배편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2시에 대련항 출항. 대련까지 약 17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행상품 =아시아 지역 최고의 유람선사인 스타크루즈는 평택을 출발 청도와 대련을 거치는 한중 크루즈 노선을 오는 4월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3월 중순경부터 본격적인 상담과 문의를 받을 계획. 문의=스타크루즈 한국총판(02-3705-3100), 팬더투어(02-7777-230) < 글 = 남기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