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나치는 강제 수용소 재소자를 얼음물 욕조에 빠뜨리는 식의 저체온 실험을 자행했다. 극심한 저체온증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 가능한 한 빨리 따뜻한 물에 넣어 체온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패륜적 실험의 결과였다. 미국 의사 존 커틀러는 1940년대 과테말라에서 5000여 명을 성병에 감염시키는 생체 실험을 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흑인을 상대로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 사건’도 벌였다.<과학 잔혹사>는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의 여섯 번째 책으로 과학적 성취를 위해 인륜까지 저버린 과학자와 의사의 이야기를 전한다.임근호 기자
책은 남들이 사는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통로가 된다. 장애인의 생활도 어깨너머로 접할 수 있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 즈음 장애를 주제로 한 책이 여러 권 나왔다.<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는 ‘휠체어 탄 여자가 인터뷰한 휠체어 탄 여자들’이란 부제를 달았다.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으로 불리는 유튜버 김지우 씨는 자신처럼 휠체어를 타는 여성 6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휠체어를 탔다뿐이지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전윤선 씨는 자전거 전국 일주도 하던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근육병으로 20대에 휠체어를 타게 됐지만 지인들이 인도 여행을 간다는 얘기에 따라나섰다. 지금은 장애인을 여행으로 이끄는 여행 작가로 일한다. 노르딕 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주성희 씨, KBS 첫 여성 장애인 아나운서 홍서윤 씨, 패션 브랜드 사업가로 변신한 박다온 씨 등의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는 청각장애인 부모님을 둔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자기 어머니의 삶에 관해 썼다. 1950년대에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어머니의 유년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농학교 시기, 농학교에서 만난 아버지 고지와 결혼해 주변의 우려 속에서 자신을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적었다.<그날은 그렇게 왔다>를 쓴 고경애 씨는 생후 6개월 때 원인 불명의 병으로 중증 장애가 된 아이를 13년 동안 돌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조용히 쉬고 있어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낮에 혼자 외출할 수 있어도, 즐거워지는 그 어떤 행동에도 죄책감이 들었다고 고백한다.<하이힐을 신고 휠
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갈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영국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쓴 <웨이스트 랜드>는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의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까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재활용은 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재활용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는 기존의 재활용 라벨이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조차 재활용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여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라고 말한다.심지어 정부가 재활용률을 과장해 발표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실제 재활용된 양이 아니라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쓰레기 양을 재활용률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쓰레기는 국경도 넘는다. 폐기물 산업은 이미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도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부담도 떠안는다.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정말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된다. 전 세계에서 팔리지 않는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선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만한 저품질의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다.책은 기업의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