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 놓은 고풍스러운 역사(驛舍). 그만큼 오래된 듯한 낡은 증기 기관차가 길게 기적소리를 울리면 어느새 관현악단의 연주가 울려 퍼진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아주 특별한 코드, 로보스 레일의 초호화 기차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17세기부터 서구열강의 지배를 받아왔던 탓에 유난히 유럽의 분위기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고급스러운 기차 여행을 즐기던 유럽풍의 귀족과 부호들의 취향에 아프리카 야생의 풍경을 살짝 가미해 탄생된 것이 로보스 레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출발, 인근의 중남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두루 거쳐가는 노선, 'Pride of Africa'가 운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백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었다. 초록의 깔끔한 객차 안으로 들어서면 최고급 호텔의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은한 원목으로 꾸며진, 화려한 자수의 소파가 놓여진 실내. 그리고 마치 왕을 모시듯 최고의 친절로 무장된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있다. 바와 레스토랑, 그리고 파티와 휴식을 위한 라운지 등이 마련된 객차를 거느리고 있어 그야말로 움직이는 호텔인 셈. 승객보다 많은 승무원들이 티 서비스부터 모닝콜, 와인 한 잔까지 24시간 제공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행정 수도 프레토리아에서 출발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3일간 계속되는 기차여행. 루트도 다양해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케이프 타운에 이르거나 빅토리아 폭포를 지나 멀리 탄자니아로 향하기도 한다. 그런 탓에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모든 객차는 룸의 형태를 띤다. 소파와 테이블, 더블 베드는 기본. 화장실과 샤워 시설 등이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다. 로얄 스위트의 경우 넉넉한 공간의 욕조까지 마련해 놓기도.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 객차에 두 세개의 룸만을 허락한다. 객차 입구에 승객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놓아 특별함을 더한다. 승객도 최대 72명을 넘지 못한다. 로보스 레일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한 분위기.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도 그렇지만 하늘을 가릴 듯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구식 엔진이라서 시속 60km 정도로 느리게 달린다. 덕분에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여느 기차보다 더 걸리지만 여유 있게 아프리카의 풍경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자칫 지루함에 빠질 수 있는 기차 여행. 로보스 레일에는 승객들을 위한 갖가지 이벤트가 이어진다. 프레토리아의 전용역을 출발할 때면 어느새 관현악단이 주옥같은 왈츠를 연주하며 환송을 해 준다. 이후 도착하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가령 금광 도시 킴벌리에서는 일일 광부가 되어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찾는 게임 등을 즐기기도. 하지만 로보스 레일 여행이 인상깊은 진짜 이유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프리카 동물들의 야생을 생생한 체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광활한 대륙을 가로지르며 맛보는 '기차 사파리'. 영화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그 순간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글=남기환 / 취재협조=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02-792-4855), 3W 투어(778-4500) .............................................................................. [ Travel Tips - 세계의 호화 기차여행 ] 인도 팰리스 온 휠 : 인도 라자스탄 왕궁의 전용 열차를 개조한 것. 수도 델리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까지. 민속 장식의 베드룸은 수공예품, 앤티크 가구로 꾸며지고, 객차는 왕궁의 이름을 딴 14개의 살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의: 인도로 가는 길(02-723-0333) 스위스 글라시어 익스프레스 : 스위스 빙하지대를 관통하는 특급 산악열차. 지붕 절반을 유리로 만들어 알프스의 풍경을 관광하는 데 그만. 문의: 스위스정부관광청(02-739-0034) 이스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 싱가포르와 방콕을 오가는 동남아시아의 호화 열차. 동남아 전통 수공예로 장식된 인테리어가 일품. 이틀 정도의 일정에 1백40만원 정도. 로열 스코츠맨 : 런던에서 출발해 에든버러와 스코틀랜드를 일주. 단 36명만 탈 수 있는 영국 귀족풍의 열차 여행. 고급 스카치 위스키의 맛이 일품.(www.royalscotsman.com) 블루 트레인 : 로보스 레일과 함께 남아프리카의 고급 기차여행의 대명사. 로보스 레일과 달리 최첨단의 현대적 설비와 고급스러움으로 단장되었다. 남아프리카의 절경, 가든 루트를 지나게 된다. 대리석 욕조가 인상적. 문의: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02-792-4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