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들은 지금 '인재전쟁'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LG그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사.연수 담당임원들은 물론 연구소장들까지 참가하여 여러 날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 전역의 유능한 MBA와 엔지니어 등 한인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였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각 계열사 CEO들에게 유능한 인재 확보를 지시했다. 인재야말로 그룹의 향후 생존에 관계된 전략적 이슈이며 인재 획득이 CEO 업적평가의 주요 항목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아직도 한국 기업의 인재 선발, 평가, 보상시스템에 대해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특히 호봉제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회계 생산 마케팅 등은 엄청나게 달라졌지만 인재관리 분야만은 답보 상태라는 뼈아픈 지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번역·출간된 '인재전쟁'(에드 마이클스 외 지음, 최동석 김성수 옮김, 세종서적, 1만4천원)은 크게 반길 만한 책이다. '인재를 다루는 HR 분야'를 국제적 기준에 따라 재구축하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킨지 컨설턴트들이 5년여에 걸쳐 77개 기업과 6천명 이상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증적 연구를 해 쓴 정성만큼, 그리고 인재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역자들이 현장감각을 살려 꼼꼼하게 번역하느라 들인 노고만큼 국내의 반향도 상당한 것 같다. 국내의 대표적인 여러 기업들이 이 책을 인재전략 지침서로 읽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인재'라는 이슈의 전략적 중요성과 최고경영자들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마케팅의 CVP(고객에게 제시되는 가치)에 비견되는 EVP(사원에게 제공하는 가치목록)를 비롯한 다양한 실무지식과 사례분석을 제시해 준다. 연구 대상은 대부분 미국 회사들이어서 아쉽지만 풍부한 데이터와 엄밀한 실증 분석이 그런 '단점'을 보완해 준다. 특히 기업이 요구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유능한 관리직 인재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한 점이 눈길을 끈다. 테일러나 포드 방식이 아닌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줄 아는 그런 관리자가 기업에 필요하다는 결론은 현업 종사자들이 깊게 새겨야 할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박재호 (영남대 교수.산업.조직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