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빛이 고와지고 죽은깨 없어지는 박가분을 화장하실 때 잊지 마시옵." 최초의 국산 화장품 "박가분(朴家粉)"의 신문광고 문구다. 일제 화장품이 판치던 1920년대초 등장한 박가분은 참신한 우리말 화장품 광고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화장품역사상 공전의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신인섭 교수가 태평양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의 지원을 받아 "광고로 보는 한국 화장의 문화사"(김영사)란 책을 펴냈다.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나온 화장품 광고를 통해 화장문화 전반을 살펴본 책이다. 박가분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화장품 변천사는 물론 미(美)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사회.경제.문화적 변화까지 살필 수 있다. "죽은깨"(주근깨)를 없애준다는 박가분,"검은 얼굴을 눈송이처럼 희고 아름답게 해준다는" ABC크림,"주름없이 얼굴 펴고 사시라는" 아이오페 등 화장품 광고에서는 미(美)에 대한 여성들의 바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광고 카피에서 시대상의 변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어수선했던 1940년대엔 "결전하(決戰下) 근로여성의 건강미에는 반드시 영양크림으로"(40년대)라는 카피가 나왔다. 컬러TV가 보급되고 광고에도 컬러가 강조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봄꽃의 화사함,그대 입술에! 꽃잎의 싱그러움,그대 눈 위에!"(80년대)란 카피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