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Wearable)'. 18-2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라이언트 파크 일대에서 열린 2003년 봄ㆍ여름 뉴욕컬렉션(Mercedes-Benz Fashion Week Spring 2003)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실용성이 강조됐다. 패션전문지 『보그』의 패션 피처 에디터인 재닛 오저드(Janet Ozzard)는 "9.11이후 차분해진 사회 분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더욱' 웨어러블한 패션이 선보였다"고 말했다. 캘빈 클라인과 나르시소 로드리게스가 흰색과 검정색을, 마크 제이콥스와 랄프로렌이 원색을 피하고 파스텔톤에 가까운 옅은 색상을 선택한 데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읽혀졌다. 그러나 패션쇼는 열정적이었다.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 도나 카렌, 페리 앨리스, 토미 힐피거,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케네스 콜, 안나 수이, 한혜자 등70여 브랜드가 화사한 봄 의상으로 뉴욕의 가을을 물들였다. ◇마크 제이콥스 최고 인기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디자이너는 마크 제이콥스. 루이 뷔통의 수석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영국의 패션지 『카운터컬처』 최근호가 선정한 '패션계의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서 전 구치 수석디자이너 톰 포드와 캘빈 클라인 등 '거물'들을 제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대중적 인기도 뛰어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세컨드 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패션쇼에는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과 영화배우 샌드라 블록, 래퍼 퍼프 대디 등 인기스타들과 함께 2천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그의 컬렉션은 달콤한 복고풍이었다. 1950년대 빈티지 룩에 바탕한 화사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풍겼다. 허리선을 가슴 아래까지 바짝 올려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셔츠웨이스트(shirtwaist) 드레스, 뒷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엠파이어(empire) 슬립 드레스, 치마폭이좁은 펜슬(pencil) 스커트, 샤넬식의 트위드(tweed) 정장 등이 선보였다. "1950년대부인의 콧대 높은 발걸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묘사했다. '웨어러블'한 패션감각이 강조된 브랜드로는 '케네스 콜'(Kenneth Cole)이 손꼽혔다. 케네스 콜은 현재 미국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브랜드. 업타운 패션의 상징이 마크 제이콥스라면 다운타운 패션은 케네스 콜이라는 등식이다. 케네스 콜은 색상은 검정, 소재는 면을 위주로 한 도시지향적인 메트로폴리탄패션으로 호평받았다. 캐주얼은 히피풍이 가미되고 로맨틱한 장식적 요소가 최소화된 심플한 스타일이었다. 마치 속옷과 브라를 옷 밖으로 끄집어 낸 듯한 여성 상의나 군복의 '건빵 주머니'를 가슴 주머니로 변형한 남성 상의 등 독특함이 느껴졌다. ◇한혜자 등 국내 디자이너 호평 이번 뉴욕 컬렉션에는 한혜자, 강진영, 박지원씨 등 한국 디자이너 3명이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혜자씨는 정교하고 꼼꼼한 수작업이 느껴지는 가죽 의상으로 주목받았다.가죽에 레이저로 구멍을 뚫어 다양한 문양과 화려한 프린지를 연출한 이브닝 드레스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난 봄에 이어 두번째 뉴욕 컬렉션에 참가한 그가 '입고 싶은 옷'보다는 '입을수 있는 옷'을 원하는 미주권 바이어들의 구미를 충족시키려 한 노력이 엿보였다.한씨의 컬렉션에 참관한 패션지 『마담 피가로』 담당기자는 "미국인들은 가죽 의상과 수작업으로 손이 많이 간 의상에 열광한다"고 귀띔했다. 강진영씨가 이끄는 'Y&Kei'는 오프(off) 행사로 브라이언트 파크 야외 무대에서열렸다. 강씨는 치렁치렁 늘어뜨린 실크 드레스를 입은 모델에게 레슬링 선수들의헤드기어를 착용시키는 등 독특한 무대 연출로 관심을 끌었다. 기아자동차의 후원을 받는 박지원씨는 하늘하늘한 시퐁과 실크 소재로 야성적인노출 의상을 선보여 섹시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