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모처럼 우리가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국악명인시리즈-재회"가 그 공연이다. 공연 첫날인 13일에는 세계 각국에 우리의 신명과 소리를 알려온 김덕수씨가 오랜만에 사물놀이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사물놀이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78년 2월. 당시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와 그의 동료들이 장구 북 꽹과리 징으로 신명나는 우리가락을 선보여 지식인 문화애호층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물놀이는 특히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신을 부르는 소리"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민간대사"라는 찬사속에 사물놀이는 지금까지 전세계 60여개국에서 4천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는 호남우도굿,영남농악,삼도농악등을 특유의 신명나는 리듬으로 연주한다. 둘째날은 이 시대 명창으로 불리는 안숙선의 무대. 지난 86년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오른 안숙선은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했으며 무형 문화재 제23호 가야금 병창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이기도 하다. 창극 "수궁가"에서 토생원역,"심청가"의 심청역등에서 보여준 애수 깃든 소리와 재치있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는 97년 독일 세계문화의 집 한국축제,98년 프랑스 아비뇽축제등 해외 공연을 통해 판소리와 우리 전통기악을 세계음악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해 왔다. 프랑스 공연때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천상의 소리"라는 찬사를 받는등 가는 곳보다 매진사례를 이뤄 98년 프랑스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가야금병창과 판소리 춘향가와 수궁가 적벽가중 일부를 들려준다. 마지막 무대는 이 시대 가야금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황병기씨가 장식한다. 황병기의 가야금 음악은 신기할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의 음악에서 나오는 향기 분위기 영상 느낌등이 우리의 음악적 감성들을 보다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이끌어 내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가 이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가야금 독주의 새지평을 개척한 것도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시계탑" "비단길"등 그이 대표적인 작품 8곡이 연주된다. 또 62년작인 "숲"으로부터 시대별로 그의 음악세계도 함께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미궁",그가 눈여겨 봐달라고 권하고 있지만 난해한 작품으로 이름난 대금독주곡 "자시",노래곡 "고향의 달"등 황씨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연주되는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