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작가인 윌렘 드 쿠닝(1904-1997)의 1980년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다. 서울 가회동의 갤러리 서미는 22일부터 9월 12일까지 '윌렘 드 쿠닝'전을 열어드 쿠닝이 1980년대에 그렸던 작품을 중심으로 모두 16점의 그림을 내놓는다. 출품작에는 1967년작 '물 속의 여인'과 1970년대작 드로잉 및 조각도 들어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출신의 드 쿠닝은 1926년 미국에 건너가 잭슨 폴록과 더불어 추상 표현주의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했다. 1948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던 드 쿠닝은전 생애를 통해 단 한 번도 표현주의에서 이탈하지 않은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드 쿠닝은 1970년대까지 인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동시대의 추상미술가 중유일하게 인물을 작품의 주제로 끌어들였는데 처음에는 남성을, 나중에는 여성을 주로 그렸다. 그는 70년대 말에 치매와 술 등 정신적ㆍ육체적 탈진 상태를 보이다가 80년대에 시적이고 여유로운 추상작품으로 다시 일어섰다. 우아한 감각주의로 방향을 바꾼 드쿠닝은 물결 모양의 유연한 붓놀림으로 화면에 투명성과 유동성, 그리고 개방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번 출품작에서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작가의 안정감이 엿보인다. 그리고 노년기에 새로운 양식을 찾아낸 그의 창의력과 성실성도 느껴진다. '나는 제자리에 머무르기 위해 늘 변화한다'고 말했던 드 쿠닝은 1990년에 붓을 놓았다. ☎3675-8232.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