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생명의 시원이자 진화의 요람이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태어나 육상과 공중으로 서식지를 확장했다. 바다는 지금도 생명체 최대의 보금자리다. 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에는 1천분의 1㎜짜리 박테리아에서부터 33?나 되는 긴흰수염고래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다에 관해 잘 모른다. 심해에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은 전세계에 10척 미만이다. 수백개의 인공위성이 지구외곽을 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름다운 바다'(사이언스북스)는 영국 BBC방송이 5년간에 걸쳐 제작한 자연사 다큐멘터리를 앤드루 바이어트 등 3명의 저자가 글로 옮긴 바다 백과사전이다. 총 제작비 1백40억원이 투입된 이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8년간에 걸쳐 세계 각지의 바다에서 최신 지식을 길어 올렸다. 이 책에 실린 바다에 대한 지식은 흥미진진하다. 고래와 돌고래는 짠 바닷물로 인해 눈이 따끔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미끈미끈한 눈물을 분비한다. 암컷상어의 목덜미 상처는 짝짓기때 수컷에 물린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은 대기중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 내고 전세계 광합성의 절반을 담당한다. 이 책은 7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다. 숱한 생명이 서식할 수 있도록 3차원공간을 제공하는 '물의 행성', 육지와 바다의 역동적인 경계면에 살고 있는 '바닷가의 생물', 산호초 및 홍수림과 해초밭이 형성된 '열대바다', 영양염류와 플랑크톤으로 생명활동이 가장 왕성한 '온대바다', 북극곰과 펭귄의 고향 '얼어붙은 바다', 장거리여행에 익숙한 포식자들의 천국 '난바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숱한 생물이 살고 있는 '깊은 바다' 등이다. 제작팀이 찍은 4백여컷의 사진들도 생동감이 넘친다. 남극의 펭귄떼, 상어들의 교미장면, 플랑크톤을 먹고 있는 고래, 형형색색의 산호초, 높은 수압에 견디는 아귀 등 아름답거나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