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가 제일 좋다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와 차별화돼 있고 다른 문화와 어울려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미술을 통해 한국문화의 멋을 해외에 알리는데 앞장서 온 섬유조형작가 김형주씨(43)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한국의 얼'을 주제로 개인전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5년만에 갖는 이번 전시는 미국 캘리포니아 플러튼의 뮤켄텔러뮤지엄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닥종이를 소재로 저고리 태극무늬 에밀레종 등을 형상화한 평면 설치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재는 한지와 한글의 자음과 모음 등 한국적인 것이지만 구성은 보편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현대화했습니다." 실제로 모든 캔버스 바탕화면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 태극무늬를 작품화한 '우주'는 월드컵의 응원가였던 '대∼한민국'을 풀어 써 아름다운 문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형 설치작 '명상-시간에 씻기어'는 자음과 모음으로 한국을 상징하는 수많은 형상들을 드러내고 있다. 땅과 사람과 하늘을 연관지어 '삶은 무(無)'라는 동양사상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김씨는 독일 미국 한국을 오가며 10여년동안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저고리를 형상화한 작품인 '순수한 미소'는 지난해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