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국제경쟁력의 세계 4강 도약. 월드컵이 끝난 후 설정된 국가 목표다. 이를 위해선 히딩크식 경영을 각 부문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CEO)로서 히딩크는 어떤 면모를 가지고 있을까. 실제 기업을 이끄는 CEO와 경영학자들이 CEO로서의 히딩크를 분석한 두 권의 책이 해답을 제시한다. '경영학자가 본 경영자 히딩크'와 'CEO가 본 CEO 히딩크'(백년글사랑, 각권 1만2천원)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원장이 엮은 이 책들은 11명의 경영학자와 14명의 CEO들이 히딩크식 경영의 요체를 짚어낸 점이 특징.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이 대거 나섰다는 점에서 월드컵 이후 쏟아져 나온 많은 히딩크 관련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선 '경영학자가~'에서는 히딩크의 리더십과 혁신성, 경제력의 원천과 가치창조의 비법을 짚는다. 성균관대 김재범 교수는 히딩크가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리는 이유를 그의 자신감에서 찾는다. 경험과 노력으로 얻은 지식, 선수와 감독의 전폭적인 상호신뢰 등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울산대 허영도 교수는 승부의 논리에 충실한 히딩크의 토털 사커를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순수 자본주의에 비유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는 승리를 먼저 추구한 것에서 성장보다는 이익과 현금획득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을 되짚고, 체력과 스피드 중심의 멀티플레이어 육성은 핵심역량 위주의 사업구조에 대비한다. 성신여대 김철호 교수는 히딩크의 한국축구 개혁 5백일 프로그램에서 기업혁신의 모델을 찾는다. 동국대 이영면 교수는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훈련, 선의의 경쟁 및 결과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관리 시스템 등 그의 인재경영에 주목했다. 'CEO가~'에는 강석진 GE코리아 회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박무익 한국갤럽조사연구소장,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등 쟁쟁한 CEO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 서두칠 대표는 히딩크의 한국축구 변신전략을 기업구조조정에 비교했고 강석진 회장은 히딩크를 GE의 전 회장 잭웰치와 대비,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의 CEO가 갖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있다. 또 문국현 대표는 히딩크를 '잠재력의 연금술사'라며 모험가, 분석가, 전략가, 비전 리더, 열정적 리더, 동양적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평가했다. 이에 비해 박무익 소장은 히딩크식 경영에도 양면성이 있다면서 '일방적인 히딩크 예찬으로는 현재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히딩크가 배제했던 학맥과 파벌이 조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땐 팀워크로 나타나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합리성을 내세운 성과급제도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실제 경영현장에선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