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소설가 김소진씨(1963∼1997년)의 전집 전6권(문학동네,각권 9천5백원)이 출간됐다. 세상을 떠난 지 5년만에 나온 이번 전집은 생전에 나온 단편 소설집 4권,장편소설 2권,창작동화 및 산문집 각 1권,미완성 장편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1권은 장편,2,3,4권은 중·단편,5권은 엽편,6권은 산문모음으로 구성됐다. 1963년 강원도 철원 태생인 김씨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 '쥐잡기'로 등단,서민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일련의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아비는 종이었다''아비는 남로당이었다'에 이어 '아비는 개흘레꾼이었다'는 명제를 제기,한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부각시켰다. 김씨는 특히 현실에 기반한 깊이 있는 고민을 소설로 형상화,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대표작 '아비는 개흘레꾼이었다'에서 '개'로 상징되는 권력에 짓밟혀 '개'처럼 신음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백성들은 결국 '개'에 물려 죽는다. 또 문단 데뷔작인 '쥐잡기'에서 '쥐새끼' 같은 놈들에게 휘둘리며 '쥐'처럼 옹색한 삶을 영위하는 소시민들은 결국 '쥐'를 잡지 못한다. 1990년대초 사소설의 범람 속에서 시대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김씨의 소설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토속적인 한국어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그의 소설은 많은 이들을 매혹시켰다. '고런 약아빠진 쌩쥐가 무슨 열고가 났다고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 그 밍밍한 쥐약을 줏어 처먹을 거야.''개 칠 몽둥이도 없는 집구석에서 무슨 넘나게스리 나라일에 간섭을 하고 찡기고 한다는 건지.''이 민들레 씨앗처럼 곤곤히 퍼진 집안에서 하마터면 만고충신 하나 나올 뻔했구나.' 군대시절 한글 사전을 수차례 독파했다는 김씨는 '민주대다(싫증나게 굴다)''연득없다(갑작스럽다)' 등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소설 속에 되살려 놓기도 했다. 김씨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수줍음많던 선한 얼굴을 잊지 못한다. 친우였던 소설가 성석제씨는 김소진을 '정결한 사람,환한 대낮 토방에 놓여 있는 항아리처럼 무뚜뚝히 명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인이자 소설가인 함정임씨는 김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잘 빨아 말린 흰 운동화'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함씨의 절절한 사부곡은 산문집과 소설에 나타나 있다. 김소진씨는 생전에 일간지 문화부 기자 노릇도 했다. 그는 신간 서적을 든 방문객을 일어나 맞으며 "책 만드느라 힘드셨겠습니다,잘 읽어보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드문 기자였다고 출판계 사람들은 회고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