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예쁜 옷보다 입어서 예쁜 옷을 만들려고 노력해요.힙이 예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바지,팔뚝은 얇아 보이면서 목선이 섹시해 보이는 티셔츠….내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두 '멋지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25일 서울 청담동에서 여성복 부티크 '부이(BUOY:분위기를 띄우는)'를 오픈한 디자이너 임승선씨(32)의 말이다. 신체의 단점은 감춰주고 장점은 최대한 부각시켜주는 옷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패션철학이다. 임씨는 뉴욕에서 자기 브랜드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패션업계의 떠오르는 별'. 뉴욕은 물론 런던 도쿄 홍콩 등지의 2백50개 백화점·부티크에서 '부이'옷을 팔고 있다. 바니스나 론 허먼 같은 미국 최고급 백화점에도 '부이'가 걸려 있다. 해외에서 거둔 이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고국에 들어와 청담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임씨는 중앙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유학했다. 졸업 후 6개월만인 97년말 뉴욕에서 작업실을 차렸다. 장학금을 모아 마련한 5만달러로 시작한 사업은 5년만에 연간 5백만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릴 정도로 커졌다. 개성 있고 맵시가 빼어난 옷이 뉴욕 여성들을 사로잡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수년간 휴일도 없이 일해온 임씨의 열성과 교포 변호사로 경영을 도맡아주는 남편의 뒷받침도 큰 힘이 됐다. 임씨 고객중엔 유명인사도 많다. 할리우드 톱스타인 기네스 팰트로가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입고 나온 초록색 코트와 크리스틴 던스트가 '스파이더맨'에서 선보인 원피스도 그의 옷이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부이의 섹시한 데님 미니스커트를 즐겨입는다. 패션지 '보그'에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부이'를 입은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임씨는 청담동 부티크 개점에 대해 "한국에 돌아왔다기보다 유망한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반응이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에게 '소수민족'으로서의 열등감이나 불리함은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다. "중요한건 나 자신이죠.내가 당당하고,내가 자신 있으면 억울할 게 없어요.그리고 어려웠던 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이 닥칠지 모르는데,지난 일을 생각하면 뭘해요."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