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에서 오리엔탈 특급은 이스탄불을 관통하는 열차다. 파리를 출발, 로잔 베니스 베오그라드를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오리엔탈 특급은 1883년 유럽 귀족들을 위한 관광열차로 시작됐다. 유럽의 고관대작들은 지중해 에게해 흑해가 만나는 이스탄불에 내려 가마를 타고 페라 팔라스 호텔로 갔다. 1백년 넘은 호텔엔 아직도 나무로 된 엘리베이터가 남아 있다.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이희철씨가 쓴 '터키-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리수, 1만2천원)은 터키에 대한 문화역사관광 가이드북이다. 신화 속 미다스 왕의 무덤, 노아의 방주가 묻힌 아라랏산, 성모마리아가 임종한 집,히포크라테스가 일했던 병원,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고향 등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빠짐 없이 망라됐다. 여기에 터키 가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씨가 터키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탠다. 고대 터키는 중국인들이 흉노 혹은 돌궐이라 부르던 민족이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을 거쳐 1923년 공화정을 수립한다. 이후 터키는 이슬람 국가로는 거의 유일하게 정치와 종교를 분리, 서구화를 추진했다. 몸은 동양인이면서 머리는 서양인인 터키 사람들은 동.서양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회원국에 넣어줄까 말까 고민중이며 중동 국가들은 서구 중심의 외교 노선을 추진하는 터키를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터키는 "우리 주변에 친구는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터키는 에게해를 공유하고 있는 그리스와 철천지 원수처럼 지낸다. 터키는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에 중동의 송유관을 끌어들이고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나 관광안내서를 넘어 터키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케 해준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