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 최고의 피서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제각각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천렵도 좋은 방안중의 하나다. 여유로운 주말 가까운 가족끼리 샛강에 가 어항을 놓거나 그물질로 고기를 잡아 매운탕 끓여먹는 맛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나무그늘에서 강바람 쐬며 낮잠까지 잔다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그러나 바쁜 직장인들로선 생각만 있을 뿐 쉽게 결행은 못한다. 오며가며 차량정체로 고생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무엇보다 민물고기가 초심자의 손에 잡혀준다는 보장도 없다. 냄비며 재료며 잔뜩 준비해갔다가 결국 음식점에서 사먹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에서 먹는 맛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도심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민물매운탕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민물매운탕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3요소는 민물새우 수제비 빠가사리이다. 민물새우는 국물맛을 달고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수제비는 날카롭고 어설픈 국물을 부드럽게 정돈해주는 역할을 한다. 빠가사리는 과거에는 다른 물고기의 맛을 살려주는 조연에 불과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맛을 인정받더니 단일 메뉴로 독립하게 되었다. 요즘은 메기매운탕보다도 오히려 가격이 비싸다. 맛있는 민물매운탕을 먹으려면 수제비도 넣어주고 민물새우도 뜸뿍 넣어주는 음식점에서 빠가사리매운탕 또는 빠가사리가 들어간 잡어매운탕을 시키면 된다. 민물매운탕과 조림 잘하는 집을 소개한다. 양평민물고기매운탕(청파동 숙대입구.02-712-6657)=20여년간 민물매운탕 분야에서 정상을 지켜온 집이다. 메기매운탕도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지만 잡어매운탕과 빠가사리매운탕을 먹어보면 솜씨를 인정하게 된다. 끓기 시작하면서 야채부터 건져먹노라면 산뜻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싱싱한 민물고기에 민물새우를 넉넉하게 넣어서인지 국물이 맵지도 짜지도 텁텁하지도 않고 감칠맛이 난다. 국물맛 떨어진다고 조금만 넣어주는 수제비가 항상 부족하게 느껴진다. 반찬이 물김치 한 가지 뿐이라 아쉽다. 소양강(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 부근.02-713-4413)=민물매운탕도 있으나 붕어조림 전문이다. 붕어조림을 시키면 한 뼘이 넘는 알배기 붕어에 잡어를 곁들여 조려준다. 물고기를 안주로 해서 홀짝거리다보면 붕어에서 나온 고소한 맛이 밑에 깔아놓은 무청 시래기에 스며든다. 시래기 반찬으로만 밥 한공기가 뚝딱 없어진다. 붕어조림은 붕어맛보다 시래기맛이 더 중요하다. 처마밑에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겨울 시래기는 섬유질이 부드러워져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 집도 지금은 겨울 시래기가 떨어져서 봄에 만든 시래기를 쓰고 있다. 벌말매운탕(인천 계양구 매운탕촌.032-544-5785)=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지만 올림픽대로와 연결된 도로를 타고 가면 행주대교 남단에서 5분 거리이다. 인근 김포벌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를 끓여 팔던 것이 이 곳 매운탕의 시초.지금은 다른 곳에서 공급을 받고있다. 이 집의 특징은 푸짐함에 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야채를 건져먹은 다음에 수제비를 뜯어 넣는다. 다시 국물이 끓으면 텁텁해 지는 것을 감수하고 무제한 리필이 되는 라면사리를 넣는다. 라면을 건져먹고 나면 수제비가 기다리고 있다. 남은 국물에는 밥까지 볶아준다. 배가 불러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다. < 최진섭.맛칼럼니스트.MBC PD(choijs@m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