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병한 명예교수(중문학)가 조상들의 지혜와 서정이 담긴 한시와 경구들을 가려뽑아 두 권의 책을 냈다. '소리 없는 시,색 없는 그림'(역락,9천원)과 '솔바람이 타는 악보 없는 가락'(역락,1만원).한국경제신문에 '1일1제' 형식의 고정 칼럼으로 연재됐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滿庭月色無烟燭(만정월색무연촉·휘영청 밝은 달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入座山光不速貧(입좌산광불속빈·성큼 다가오는 산빛은 불청객이로다) 更有松弦彈譜外(갱유송현탄보외·솔바람이 악보 없는 가락까지 타니) 只堪珍重未傳人(지감진중미전인·이 흥취 나 혼자서 아낄 뿐 전할 수가 없구나)' 고려 때 문인이요 학자였던 최충(984∼1068년)이 노래한 달밤의 정취다. 달빛과 산그림자,솔바람이 어우러진 경치도 아름답지만 이를 노래한 시인의 경지와 여기서 책의 제목을 뽑아낸 눈썰미도 감탄스럽다. 또 다른 책의 제목은 '畵者 天地無聲之詩(화자 천지무성지시) 詩者 天地無色之畵(시자 천지무색지화)'라는 청나라 섭섭의 시에서 따왔다. 그림은 하늘과 땅 사이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하늘과 땅 사이 색이 없는 그림이라는 뜻. 그림을 보면 시를 느끼고 시를 보면 그림을 느낄 줄 아는 시서화(詩書畵) 합일의 경지다. 두 책에 실린 3백50여편의 시와 경구들을 인간과 자연,사람의 도리,역사의 교훈,삶의 지혜,법과 사회,학문과 수양,예술과 인생 등의 주제별로 묶어 놓았고 이를 통해 오늘날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유하는 필자의 기지도 놀랍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