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중국 근현대회화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대가들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된다. 덕수궁미술관은 10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근현대 5대가 회화작품전'을 열어 런보니엔(任伯年ㆍ1840-1895), 우촹숴(吳昌碩ㆍ1844-1927), 황빈홍(黃賓虹ㆍ1865-1955), 치바이스(齊百石ㆍ1864-1957), 쉬베이홍(徐悲鴻ㆍ1895-1953) 등의 작품 60점을선보인다.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임시직제로 운영되던 덕수궁미술관이 정규 직제화한 뒤 처음 여는 전시이기도 하다. 덕수궁미술관은정규직제화 기념의 일환으로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4시 중국 대표단과 한국 원로작가의 휘호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시기획은 중국 동북부의 대표적 박물관으로 이들 5대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랴오닝(遼寧)성 박물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출품작가들은 서예와 수묵의전통을 바탕으로 근대기 중국화의 진로를 모색하는 한편 서구의 새로운 경향을 적극수용함으로써 중국회화의 정체성을 발전적으로 지켜나간 주인공이다. 런보니엔은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활동한 이른바 해파(海派)의 중심인물로, 청조의 회화전통을 근대로 이은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인물과 화조에 능한 그의 화풍은 친근한 주제와 선명한 색채, 활달한 필치로 유명하다. 이번 출품작은 '사녀도(仕女圖)' '인물도' '학수도(鶴壽圖)' 등이다. 런보니엔의 권유로 화가의 길을 걸은 우촹숴는 문인 출신답게 시서화(詩書畵)와 전각에 두루 통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 봄 추운 날씨 속에 피는 매화는 그가 가장 즐겨 그린 소재로 이번에 출품되는 '송매도(松梅圖)'는 소나무와 매화의 고결한 품격을 통해 문인화의 정신을 상징하려 했다. 황빈홍은 런보니엔과 우촹숴의 뒤를 이어 등장, 산수화의 거장으로 군림했다. 그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실경을 그렸지만 실경을 뛰어넘는 주제의식을 가졌다는 게 미술관측의 설명이다. 치바이스는 중국 근대기 화가 중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한국 근대 서화가인 김규진의 장남 김영기 화백 등이 그에게서 배웠다.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인간노동의 건강성을 표현한 그의 예술은 동양 뿐 아니라 서양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쉬베이홍은 유럽에서 사실주의 회화기법을 터득한 작가로 중국의 전통과 서양의 조형기법을 접목시키는 데 평생을 바쳤다. 중국미술의 사실주의 전통은 그에게서 비롯한다는 것. 출품작 '분마도(奔馬圖)' '음마도(飮馬圖)'에서 보듯이 그는 말 그림을 통해 중국 군인들의 영웅적 기상을 나타내곤 했다. 정형민 서울대 교수는 "이들은 전통미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신미술의 지향점이 활발히 논의되던 시대적 흐름에 각기 다른 역할로 참여하며 독창적 화풍을 창출했다"면서 "신(新)과 구(舊), 동(東)과 서(西)의 힘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균형있게 작품에 융해돼 있다"고 말했다. 덕수궁미술관은 부대행사로 8월 중순께 이동천 명지대 교수를 초청해 중국 근현대 회화의 흐름과 특징을 들어보는 공개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779-5310~2.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