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바이오시대의 낙오자인 '생맹(生盲)'들은 20세기 정보기술(IT) 시대의 '컴맹'들보다 더 큰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복제 양 돌리의 탄생과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바이오과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의 시각에서 게놈과 복제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바이오혁명-게놈.복제 그리고 생맹탈출」(가림M&B刊)이 출간됐다. 저자는 현재 연합뉴스 국제뉴스국 기자로 대덕연구단지와 과학기술부 등에서 국내외 과학과 의학분야를 취재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주영씨. 저자는 책머리에서 "기사를 쓰면서 느낀 전문용어에 대한 어려움을 감안해 용어를 쉽게 정리하려 노력했다"며 "생명과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일반인들이 아무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먼저 일반인들이 왜 바이오과학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해야 하는지 설명한 뒤 바이오시대를 여는 두 가지 핵심 연구인 인간게놈지도와 복제에 대해 윤리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우선 21세기에 '바이오'는 20세기 후반 IT시대의 컴퓨터처럼 인류 생활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요소가 될 것이며 바이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바이오과학에 대한 이해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을 '생맹(Bio-illiteracy)'으로 규정하고 일반인도 바이오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질것과 이런 노력이 국가의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토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을 인간게놈지도와 복제 설명에 할애하고 있으나 곳곳에 연구를 둘러싼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개해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혁명으로 암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윤리적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예방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유전자 연구는 의학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유전자 정보의 악용과 새로운 차별 초래, 빈부격차 확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복제연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우리 나라가 바이오시대에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이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320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