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T&T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여성 주주가 최고경영자였던 프레데릭 카플에게 AT&T가 너무 많은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며 도대체 얼마나 기부했느냐고 따졌다. 카플이 "작년에는 1천만달러를 기부했다"고 하자 그녀는 "조만간 나도 가난뱅이가 되겠다"며 비꼬았다. 그러자 카플은 "(자선단체에) 충분히 기부했으니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 응수, 주총장에서는 폭소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유머는 위기상황에서 비즈니스 맨을 구해 주는 비책(秘策)이다.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전문 연설가인 밥 로스는 유머를 '제6의 감각',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제3의 대안'이라고 말한다. 제1,2의 대안은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는 것, 제3의 대안은 웃거나 웃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책 '퍼니 비즈니스'(김광수 옮김, 시아출판사, 1만원)는 대인관계나 사업 직장생활 등을 막론하고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돈버는 방법을 제시한다. 무려 4백50여개 사례를 통해 그는 세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충고한다. 이른바 'AT&T 원칙'이다. 내용이 타당해야 하고(Appropriate), 시기가 적절해야 하며(Timely), 듣는 사람들의 취향과 특성에 맞아야(Tasteful)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머를 활용하면 누구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며 '유머지수 유머감각을 개발하라'고 강조한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주위 사람들로부터 유머를 배우는 한편 역경에 직면해서도 웃을 수 있는 자기 안의 감각을 살리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마음속의 아이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라'고 권유한다. '마음속의 아이'란 '호기심과 장난기로 가득하며 유머라는 이름의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어른의 내면에는 놀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가 숨어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아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속의 아이'에게 생명력을 줄 수 있을까. 교육을 통해 익숙해진 근엄함을 버리고 익살과 해학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으로 사물과 상황에 접근하면 위기상황에서도 빛이 보인다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로 유머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기업 광고다. 만년필 회사인 파일럿 펜 코퍼레이션의 윌리엄 쇼 사장은 파일럿의 매출을 연간 1백만달러에서 8천3백만달러로 끌어올린 인물. 비결은 유머를 섞은 광고였다. 한 여성이 정신과 의사에게 "펜을 사랑하는 것도 병인가요?"라고 묻자 의사가 "파일럿 펜이라면 병은 아닙니다"라고 답하는 내용이다. 지난 77년엔 '펜을 사랑하는 것이 병이라면 지금 세상은 온통 미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라는 광고로 매출이 세 배로 늘었다. 유머와 흥미 오락을 통해 직원들간의 팀워크와 즐거운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스트먼 코닥은 '유머특별팀'과 '유머방'을 만들었고 스프린트 코퍼레이션은 '오늘은 웃는 날'을 지정해 가장 익살맞은 사진찍기 대회를 연다. 로스는 "일에는 즐거움을, 일터에는 위트를 불어 넣어라"라며 "유머는 불행마저도 행복으로 바꿔 버린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