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FIFA랭킹 6위의 강호 이탈리아를 누르고 대망의 8강 고지에 섰다. 16강에 오른 것만도 꿈만 같더니 믿기 어려운 일을 또한번 해냈다. 정말 거칠 것이 없는 한국 축구다. 연이은 승전보요 파죽의 무패 행진이다. 세계는 놀라고 코리아의 기개는 하늘을 찌른다. 거리는 태극기 물결,너나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시합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을 때 한반도는 한덩어리 거대한 환희의 군무(群舞)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온 국민이 한마음 되어 "대∼한민국"을 소리쳐 외친 적이 또 있었던가. 실로 축구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것이며 온 국민의 마음을 이렇듯 하나되게 끌어모을 줄 그 누가 알았던가. 한국인의 숨은 열정이 이토록 뜨겁게 도회와 농촌에서,거리와 광장에서 분출되리라고 과연 그 누가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거듭 거듭 가슴을 쓸어내려도 더욱 더욱 차오르는 무한 희열이 한국인의 가슴마다 이어지고 있다. 내친 김에 4강을 향해 뛰자.목표를 높여 잡을 만한 자격이 그라운드를 내달리는 우리의 젊은 선수들에겐 분명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굵디굵은 땀방울로 온몸을 적신 23명의 선수,그리고 히딩크 감독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그대들은 지금 이순간 그 어떤 찬사도 결코 과하지 않은 아름다운 별들이다. 그라운드를 메우고 길거리를 뒤덮었던 응원단 역시 놀라움 그 자체다. '뜨거운 열정'과 '차거운 질서'라는 모순된 가치를 절묘한 조화로 이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바로 그래서 열정은 더욱 순수한 빛을 발한다. 월드컵이 지구촌에 퍼져있는 전 한민족의 축제로 승화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전적으로 붉은 악마들의 몫이요 자랑이다. 젊은 그대들의 성숙한 열정이 하나의 축구시합일 뿐인 것을 이토록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어 내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한국인 된 것이 이토록 자랑스러운 것인지 모를 일이다. '열정의 질서정연한 분출'이야말로 스포츠 정신의 정화(精華)라고 한다면 한국인은 이제 모두가 진정한 스포츠인이 됐다. 이제 월드컵도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세계 축구계가 한국 축구를 다시 발견했듯이 세계인이 한국인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가자.자칫 우리의 자그마한 승리에 도취해 큰 잔치의 주인된 도리를 잊지않도록 한·일 월드컵 대회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