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찰이 해마다 마련하는 여름 수련회가 오는 25일 해인사를 필두로 시작된다. 번다하고 각박했던 일상에 묻혀 그 존재마저 잊고 살았던 '나'를 찾는 자리다. 불교 신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휴가와 방학을 이용한 사찰의 여름수련회 참여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조계종 25개 교구본사의 수련회 참여자는 1만여명.본사 산하의 말사까지 더하면 2만5천∼3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올해에는 하반기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됨에 따라 주말을 이용한 사찰체험 프로그램을 상설화하는 곳이 많아 사찰수련회 또는 사찰체험 참여자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참여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한 주말,가족단위,태교,한문학당 등의 테마 수련도 늘어나고 있다.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등 삼보사찰은 전통수행 방법에 따라 계율과 사찰 예절을 엄격히 지키며 단기출가 형식으로 수련회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 첫날 방을 배정받고 발우공양을 비롯한 절집 생활의 기본 예절과 수칙을 배우고 나면 나머지 일정은 좌선과 경전 강의,마지막 날 철야정진 등으로 빡빡하게 진행된다. 좌선 시간이 많아 초심자에게는 꽤 힘든 코스다. 하지만 '사흘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백년 동안 탐낸 재물은 하루 아침에 티끌이 된다(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는 말을 되새기며 1년에 한 번이라도 해볼 만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권유다. 각종 테마수련회도 풍성하다. 해남 대둔사,봉화 청량사,김천 직지사,보성 대원사,서울 수락산 학림사·길상사 등은 주5일 근무제에 맞춰 주말 수련회를 연다. 대둔사는 '새벽숲길 2002'라는 이름의 주말 수련회를 지난 14일부터 매주 첫번째와 세번째 주말에 운영하고 있다. 주말 수련회는 빡빡한 일정의 여름수련회와 달리 최소한의 절집 예절과 일과만 지키면 독서 산책 차담(茶談) 등을 즐기며 여유롭게 쉬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일정도 1박2일이나 2박3일 중 선택하면 된다. 효를 주제로 한 수원 용주사 수련법회,선무도 수련을 통해 자성을 깨치도록 하는 경주 골굴사의 수련회도 독특하다. 예산 수덕사,대구 동화사,서울 진관사·길상사 등에서는 가족 단위의 수련회가 마련되며 어린이 및 학생수련회를 별도로 마련하는 곳도 많다. 사전 접수를 통해 참가자를 정하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어떤 절의 수련프로그램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살펴보고 미리 신청하는 게 좋다. 조계종 포교원은 사찰 수련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사찰수련법회 정보센터(02-720-1097)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보센터에 모인 수련회 정보는 조계종 포교원(www.pogyo.org) 불교신문(www.ibulgyo.com) 등에서 조회할 수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