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만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간다.옷장 안에 빨간색이나 엇비슷한 컬러의 옷이 없는지 뒤져본다.너무 야해 잘 신지 못했던 빨강 구두,평소 촌스러워 보이던 빨강 양말까지 예뻐 보인다." 최근 이런 증상이 한두번이라도 나타났다면 당신도 "레드 신드롬"에 걸렸다고 봐야 한다. 환희 열정 초조 기쁨 희망 등 온 국민의 월드컵 16강 진출 염원이 담겨져 있는 "빨간색". 옷 뿐만 아니라 구두 핸드백 주얼리 화장품 케이스까지,다양한 레드 컬러 제품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당초 패션 전문가들이 예측한 올 여름 인기 색상은 화이트였다. 그것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색으로 꾸미는 "올 화이트 코디네이션"이 크게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 밀라노 등지의 해외 패션쇼에서 몇몇 디자이너가 강렬한 "레드 룩"을 무대에 올리기는 했다. 그러나 "레드 컴플렉스"를 갖고 있던 한국 사회에서 빨간색이 이처럼 열렬하게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의류 매장의 쇼윈도에는 아래 위 모두를 빨강으로 치장한 "올 레드 코디네이션(All Red coordination)"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이 착장법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기 위한 키워드는 "가볍게 입기"다. 패션 브랜드 데얼즈의 김남영 디자인실장은 "색상은 대담하게,룩은 스포티하게 연출하라"고 조언한다. 몸에 달라붙으면서도 좍좍 늘어나는 면스판 소재에 육상선수 유니폼처럼 목선이 둥글게 파인 티셔츠,허리가 고무밴드로 처리된 운동복 스타일의 바지를 함께 어울리는 식이다. 이때 바지나 상의 둘 중 하나는 아주 짧게 입는 게 한결 가벼워 보인다. 빨강이 정열을 상징하는 색이라는 점을 한껏 살려 좀더 "핫"하게 입어보는 것도 좋다. 여성복 X의 윤수아 디자인실장은 한창 유행하고 있는 낡은 느낌의 청바지에 어깨가 드러나는 빨간 톱을 매치해 볼 것을 권했다. 대담하면서도 시원한 옷차림이 레드 신드롬의 열기를 더해 줄 것이다. 올 레드 코디네이션으로 입을 용기는 없어도 빨간색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베이지색으로 눈길을 돌려본다. 흔히 빨강과 검정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상 가장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 내는 배색은 빨강과 베이지가 조화를 이룰 때다. 발랄하게 튀고 싶다면 옐로나 화이트를,차분하고 정리된 이미지를 원한다면 회색을 고르는 것이 좋다. 빨간색 소품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핸드백과 구두,장신구 중 한 두개를 레드 컬러로 고르되 옷의 빨간색과 톤을 맞춰야 어색하지 않다. 프랑스제 포도주처럼 깊이 있는 빨강,작약꽃과 같은 산뜻한 빨강,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빨강 등 레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장신구의 경우 가운데 박힌 보석이 루비냐 가넷이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루비가 피처럼 선명한 레드라면 가넷은 좀더 어두운 빛을 띠므로 자신의 분위기와 옷차림에 어울리는 게 어떤 보석인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설현정 객원기자 hjsol102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