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진(41)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전공이 둘이다. 하나는 수학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다. 서울대 교수 시절 수학교수보다 자연대학 축구부 지도교수가 된 것을 더 뿌듯하게 생각했고, 노벨상보다 월드컵을 더 숭배한다고 공언할 만큼 스포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그러하기에 최근 출간된 그의 스포츠 에세이 「축구공 위의 수학자」(문학동네刊)는 '수학자'와 '스포츠광'간에 있을 법한 물리적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책에서 또다른 전공 분야인 스포츠 세계에서 일어난 다양하고 감동적인 일화를 풀어내고 있다. 전파사 유리창 너머로 축구 중계방송을 보고, 축구공을 사기위해 급식비를 빼돌리던 어린 시절 축구에 얽힌 애잔한 추억들은 물론 그가 우상으로 숭배하는 '농구천재' 허재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한 농구천재의 성공과 좌절을 가감 없이 그려내기도 한다. 그는 "허재를 매개로 해 도전과 성취, 그리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스포츠에서도 그렇듯 삶에서도 승부를 걸어야 할 때 과감하게 정면 승부에 나서는 자세가 왜 중요한지를 '4전5기' 신화의 주인공인 권투선수 홍수환, 야구선수최동원과 박정태 등을 예로 들어 생생하게 전한다. 강 교수는 스포츠가 수(數)의 세계만큼이나 아름다움과 매혹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도전정신은 수학에서도 다를 바 없다고 전한다. 그가 수학의 길을 걷게 된 이유도 그 길이 어렵고 도전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 그렇게 수학에 발을 들여놓았듯이 그는 스포츠에서도 도전정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스포츠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면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사투에서 험난한 삶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357쪽. 8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