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탄츠테아터의 대명사 피나 바우슈(62)가 3일 오후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열린 국립무용단(단장 송범) 창단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 기조강연을 했다. '21세기 국립무용단의 향방'이라는 제목의 이날 심포지엄에서 바우슈는 "21세기 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를 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춤에서 정말 멋있는 것은 육체가 현실이라는 것, 육체를 통해 확고하게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춤의 미학을 풀이했다. 그는 또 "관객 역시 공연의 한 몫으로, 관객들이 '공연에 들어와' 자기 느낌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소도시 부퍼탈의 무용단을 세계적 단체로 성장시키며 '표현주의의 최고봉'으로 불리고 있는 그이지만 바우슈는 이날 강연회에서 그같은 평가를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회고했다. "「푸른 수염」을 작업할 때는 무용수들간, 그리고 무용단 외부와 마찰이 있었다. 또 브레흐트와 바일의 「일곱 가지 죄악」을 할 때는 '무용으로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주위에서 말했다. 이런 외부평가는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4명의 단원과 함께 조그만 스튜디오에 숨어들어가 많은 질문을 던지며 나 자신의 작업방식을 심화시켜 갔다" 그는 아울러 "인생을 위해 어떤 '언어'를 찾아보고 싶었다.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무용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오해도 많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이런 과정은 대부분 고통이고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드러나지 않는 법"이라는 바우슈는 "테크닉은 무용수의 기본조건이며 나는 그보다는 부끄러움이 많고 드러나지 않는 매력이 있는 무용수들과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들과의 작업 속에서 '내 안에 있었으나 내가 믿지 않았던 것'을 발견해내곤 한다"고 토로했다. 함께 작업하는 무용수들의 경험과 느낌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독특한 안무방식으로도 유명한 바우슈는 "상호신뢰와 열린 마음이 무대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우슈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서 있는 곳, 환경, 문화에 관해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삶을 표현하기 위한 무용언어는 아주 풍부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일은 끝이 없다"면서 "이제 알게 된 지 얼마 안된 한국 국립무용단과 부퍼탈의 만남이 계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지난 2일 입국한 바우슈는 이날 저녁 국립무용단의 「춤.춘향」을 관람한 뒤 4일 이한한다. 그의 부퍼탈무용단은 내년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