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랑들이 미술 견본시장인 해외 아트페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 불황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타개하기 위해 몇년동안 주력해 온 전략이 주효해 이제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해외아트페어 참가는 강남 청담동에 있는 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카이스갤러리 쥴리아나갤러리 등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폐막된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이들 화랑은 25만∼30만달러에 달하는 미술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만달러 판매에 못 미쳤던 지난해 11월의 독일 쾰른아트페어,지난 1월의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 등에 비해 나아진 실적이다. 박영덕화랑은 안병석 화백의 80호 평면회화를 3만달러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이목을 정현숙 김순례의 작품 등 모두 8만달러 어치를 팔았다. 박여숙화랑과 카이스갤러리는 이영섭 김강용 김택상 김유선의 작품을 중심으로 6만달러에서 8만달러 어치를 판매했다. 지난 1월 해외 아트페어에 처녀 참가한 카이스갤러리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에서 10만달러를 넘는 판매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박여숙화랑측은 "9·11테러 사태 이후 해외 아트페어 시장이 위축돼 외국 유명 갤러리들도 판매실적이 저조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 화랑들의 매출은 놀랄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신호는 30대 신예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팔려나간다는 점이다. 한지와 종이작업을 하는 이지현씨는 80호 작품이 아트페어 참가 두번째만에 5천5백달러에 팔렸고 한국화가 임만혁씨도 9점을 출품해 '매진(sold out)'을 기록했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국내에서 거들떠 보지 않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판매됨으로써 이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