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컬렉션이 열리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10개를 넘지 않습니다.12년동안 매년 컬렉션을 이끌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긍심을 가질만하죠.스파(SFAA)컬렉션이 한국 패션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이 컬렉션은 서울을 파리 밀라노와 어깨를 겨루는 패션도시로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박항치 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부회장은 SFAA 주최,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13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막된 '제24회 SFAA 가을·겨울 컬렉션'의 의미를 이렇게 얘기했다. 박 부회장은 "컬렉션이 끝나면 나가떨어질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정기 컬렉션은 디자이너에게 끊임없는 창조와 발전을 요구하는 채찍질이 된다"고 말했다. SFAA 창립멤버인 박 부회장은 그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SFAA 무대에 오른 몇 안되는 디자이너 중 한 사람. "쇼가 끝나 무대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다음엔 어떤 작품을 올리나' 고민해야 한다"며 "하지만 운동선수가 경기를 하지 않고,화가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배우가 무대에 서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첫 컬렉션을 열었던 지난 90년에 비해 패션에 대한 인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컬렉션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던 당시에 비하면 패션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대접받는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것.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비즈니스는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했다. 국내시장은 앞으로 1백년간 옷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포화상태다. 더욱이 수입자유화 이후 물밀듯이 밀려드는 수입 브랜드와도 맞서야 한다. 박 부회장은 "현재와 같은 백화점 임대매장 형태의 의류 유통구조에서는 우리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싸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악전고투예요.하지만 작품으로 경쟁해야죠.전세계가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과 품질에서 뒤지지 않는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합니다.해외 컬렉션에도 꾸준히 나가야죠.다만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지원해 줬으면 합니다. 일본처럼 기업이 마케팅과 해외진출을 맡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전념하는 윈윈 구조가 절실합니다." 박 부회장은 "SFAA가 앞으로도 우리 패션산업 선진화의 주축이 됐으면 한다"며 말을 맺었다.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