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의 지난 90년 시장 점유율은 48.2%에 달했으나 98년에는 25.0%로 급락했다. 경쟁사인 리와 랭글리 등이 그만큼 시장을 잠식했다. 경쟁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명한 의류소매업체인 막스 앤드 스펜서의 매출이 98년 들어 급감했다. 파리 브뤼셀에 상점을 열고 미국 아시아 등으로 진출하면서 대대적인 확장을 추구하는 사이 영국내 소매사업부와 해외사업부가 함께 고전한 탓이다. 미국의 명망 있는 마케팅 회사인 트라우트 앤드 파트너스 사장인 잭 트라우트는 그의 책 '빅 브랜드,성공의 조건'(안진환 옮김, 오늘의 책, 1만4천5백원)에서 한때 업계 선두에 섰던 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통해 성공의 비법을 찾는다. '초우량 기업'이라고 해서 무병장수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트라우트의 지적. 예컨대 크레스트 치약의 경우 소비자들이 단순한 충치 예방보다는 상쾌한 입냄새, 하얀 이, 치은염 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콜게이트 치약에 내줘야 했다. 콜게이트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치약을 내놓은 반면 크레스트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트라우트는 크레스트가 선도 기업으로서 자기의 포지셔닝을 발전시키지 못했고 위협적인 경쟁사에 우위를 내줬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한때 미국 최대 규모와 자산을 자랑했던 전화전문기업 AT&T는 2000년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얽힌 전선줄을 푸느라 여념이 없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지난 82년 정부의 압력으로 베이비벨을 분사시키면서 고객과의 접촉 기반을 상실한 데다 개인용 컴퓨터, 케이블 텔레비전 등에 무모하게 투자한 결과다. 주력 분야인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서의 경쟁력과 이미지가 위축되고 서비스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것이 트라우트의 분석이다.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 버거킹 햄버거, 파이어스톤 타이어, 맥주회사인 밀러 등의 대기업들도 과거에는 '빅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으나 경쟁체제에서 부적합한 대응으로 인해 정상의 브랜드에서 밀려났다고 그는 진단한다. 또 켈로그 볼보 코닥 시어스 등은 아직 '빅 트러블'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이들의 실책을 10가지로 유형화해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 '성공했다고 자만하지 말라' '모방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경영실적(수치)에 집착하지 말라' '제품과 브랜드를 차별화하라' 등의 교훈이 담겨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