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요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지만 실패한 사람에 대한 주위의 시선은 차갑다. '실패는 곧 파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대다수의 실패자는 '패자부활전'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일본의 저명한 공학자이며 실패학 전문가와 정신과 의사가 '실패극복을 위한 현실적 처방전'을 놓고 대담을 벌였다.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실패학의 권유'로 유명한 하타무라 요타로(畑田洋太郞) 동경대 명예교수와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끼(和田秀樹)씨. 실패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실패 대처법,실패 방지를 위해 필요한 대책 등에 관한 이들의 논의가 '실패의 시대'(이규영 옮김,글담,9천5백원)에 담겼다. 이들은 우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조직의 실패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도 실패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원인을 방치해 두느냐 아니면 실패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느냐에 있다. 일본의 유키지루시 유업은 자사 제품으로 인한 식중독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숨기고 부인하다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이미 30년전에 똑같은 유형의 실패를 경험하고도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99년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東海村)에서 일어난 원자력 임계사고는 전문성이 없는 직원에게 우라늄 주입업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먼저 실패의 조짐을 간파,예측,모니터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실패는 시스템이나 운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개인이 실패를 책임지는 것보다는 조직이 시스템을 통해 실패를 안아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패를 스스럼 없이 고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상의 실패 대책이라는 것이다. 실패는 파괴적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므로 실패가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실패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충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