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3년간 월간 '문학과 창작'에 연재했던 '시가 있는 길'을 1년여에 걸쳐 수정한 것으로 지난 98년 출간된 '시가 있는 길'의 속편이다. 전북 군산 출신인 문씨는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국토 구석구석 발길이 이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 훌쩍 떠났다가 슬며시 돌아온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의 시혼이 스며 있다. '기행시첩'은 섬 문학 역사의 현장 등 세가지 테마로 나눠 역사적 인물들의 사연과 발자취를 캐낸다. 서귀포에선 이중섭을 떠올리고 보길도에선 윤선도의 자취를 찾는다. 문학의 향기가 그윽한 강릉과 '아라리'의 고장 정선에도 '떠돌기'를 즐기는 시인의 발길이 닿는다. 시인은 이중섭이 머물던 서귀포 해변에서 범섬과 섶섬을 바라보며 '한라산의 기맥이 서귀포를 지나 범섬의 우묵사스레피나무 아래에 이르러 이중섭의 사랑과 행복이 자리잡은 꿈의 궁전터가 있었을 것'으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우묵사스레피나무 아래/하늘 한 조각 떨어져 내려/물 되어 흐르는 곳//때로는 노란 물감/온 섬에 풀어 억새 키워 놓고//바람 잔 날 물 위를 걸어오는/한라산 정령을 만나//술잔 나누며 영감 얻어내는 화가 이중섭/그의 흐느적거리는 추억'('범섬') 세계는 '한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다. 문씨는 "세상이라는 책을 읽어나가는 일은 내 경험의 축적이요 삶의 질량"이라며 "그 곳에 있는 과거사,그 곳에 있는 사람들,그 곳에 있는 자연과 풍경,그것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소중한 사연들을 캐내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