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평론가 안치운(43.호서대 디지털문화학부교수)씨의 평론집 「연극 반연극 비연극」(솔刊)이 출간됐다. 전체 2부로 구성된 책은 단순히 개별 작품, 개별 작가에 대한 비평 뿐 아니라 연극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해 우리 연극계가 안고 있는 문제와 각종 문예지원제도의 한계, 연극과 춤의 혼융 양상 등 연극 전반에 관한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다. 저자는 "감히 말하건대 연극의 불황은 관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고 공연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맹렬히 비판한다. 아울러 "제작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 불평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잘라 말해, 오늘날 한국 연극에는 깊은 세계를 지닌 작가들이 많지 않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거의 없다"고 진단한 뒤, 오늘의 연극이 연극 바깥의 기준에 주눅들어 있는 것은 "성공을 돈과 인기와 비례하는 것으로 본 나머지주변 장르와 구별되는 연극만의 독자성을 유지.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아울러 각종 지원제도를 통한 연극 제작환경의 개선이 "연극을 만든 창작자들의 우울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고 공연 결과에 대해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우리보다 훨씬 먼저 다른 장르의 위협을 이겨낸 나라에서는 춤과 연극이 철저하게 '시민들을 위한 문화적 서비스'로 존재한다"며 작가와 작품, 극단에 대한 지원 대신 극장 설립이나 교육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지원으로 현 지원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또한 연극비평에 대해서도 "연극비평가들은 열악한 연극 동네를 감싸면서 비평가들끼리 눈치를 살피고, 알고 지내는 연극 생산자들과의 친연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연극, 몸, 자연'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부에는 이처럼 작가와 지원제도, 비평의 역할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겼으며 '작가와 작품의 숲'이라는 제목의 2부에는 차범석, 서항석, 김정옥, 이근삼, 이강백, 이원경, 김민기, 채승훈 등 연출.극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소론이 실려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 연극연구원에서 연극교육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씨는 「추송웅 연구」「연극교육제도론」「연극감상법」「한국연극의 지형학」 등의 책을 썼다. 416쪽. 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