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현인(본명 현동주)씨는 일제시대부터 노래활동을 시작한 가수 1세대로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 등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가요계의 거목이었다. 191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경성 제2고보(현 경복고)를 나온 뒤 일본 우에노음악학교(현 도쿄예대)를 졸업한 정통 음악도 출신이다. 고교시절 군사훈련 시간에 나팔을 잡은 것이 인연이 돼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우에노 음악학교를 마친 뒤 일본의 징용을 피해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샹송과 칸소네를 부르며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광복 직후 귀국한 그는 "고향 경음단"이라는 7인조 악단을 만들어 UN군 위문공연에 참여했고 팝송을 레퍼토리로 극장무대에서 활동했다.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가 유행가를 부를 수 없다며 자존심을 지키던 그는 작곡가 박시춘씨의 권유로 "신라의 달밤"(유호 작사,박시춘 작곡)을 불러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비내리는 고모령" "고향만리" "굳세어라 금순아" "전우야 잘자라" "럭키 서울" "서울야곡" "인도의 향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부르며 6.25전쟁으로 실의와 절망에 빠졌던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다. 그가 남긴 노래는 1천여곡이 넘는다. 지난 99년 3월엔 정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지난해 봄에는 명곡 "신라의 달밤"의 노래비가 경주에 세워졌다. 한편 14일 그의 빈소엔 일요일임에도 최고령 원로가수 신카나리아 씨(90)를 비롯 자니 리,안다성 씨 등 선후배 원로가수와 정원식 전 국무총리,코미디언 구봉서,영화배우 이덕화 씨등 각계 문상객이 줄을 이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