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편에 희미한 그리움이 피어올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때묻지 않은 자연에 파묻힐수 있는 필리핀 세부의 바디안으로 떠나 볼 일이다. 늘 다시 돌아오기 위해 길위에 오르지만 그곳의 호젓한 바다와 숲에서 삶을 정화시키는 순수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낯설고 신기한 것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별난 것은 없지만, 어디 여행이 꼭 그렇기만 하랴. 세부 막탄공항에서 3시간30분 정도 가면 바디안이 손에 잡힐 듯 시야에 들어온다. 오토바이에 좌석을 붙인 트란시클, 지프를 개조한 지프니가 대중교통수단. 산길로 접어들면 올망졸망한 집들이 길따라 군데군데 모여 있고, 성인 남자들이 어떻게 보면 하릴없는 듯 여기저기 앉아 있다. 기다리는 기쁨을 안다는 듯 표정만은 해맑다.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고단하다고 함부로 재단하지 말자. 삶이 어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게 최선인가. 옹기종기 모여 천진난만한 그들만의 행복을 꾸리는 모습이 복잡다단한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러움을 안긴다. 바디안은 필리핀 남부 세부의 남서쪽 끝에 있다. 이곳으로의 '시간여행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작은 배로 3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곳에 1982년에 문을 연 바디안리조트는 8ha의 넓고 아름다운 리조트휴양지. 보트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리조트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며 손수 만든 레이(목에 거는 꽃다발)를 목에 걸어준다. 꽃 향기가 기가 막히다. 클럽하우스에서 시원한 과일펀치로 갈증을 풀고, 체크인하면 수채화 같은 자연에 풍덩 빠질 준비를 마친 셈. 리조트는 12개의 주니어 스위트, 4개의 허니문 스위트, 18개의 딜럭스 룸, 16개의 딜럭스 패밀리 룸, 스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넓은 객실과 발코니, 해먹(그물침대)이 있어 풍경화를 관람하듯 바디안 정경을 바라볼 수 있다. 온화한 기후와 맑은 공기가 감싸고 있어 신혼 설계를 하는데 딱 좋다. 리조트 곳곳에는 종업원들이 정성스레 놓아둔 꽃들이 반긴다. 프라이빗 비치에서는 둘만의 시간을 에로틱하게 즐길 수도 있다. 풀 사이드에서의 만찬은 세부의 전통음악과 춤, 지루하지 않은 짤막한 공연으로 세시간이 넘게 이어진다. 일몰은 가히 형용이 불가하다. 신의 가호가 있다면 조명탄 같은 별똥별도 볼 수 있다. 객실에는 TV나 시계조차 없다. 그저 바다와 해변, 그리고 야자수 그늘 아래 머물러 있거나 해변을 맘껏 거닐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그만이다. 그저 쉬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해양레포츠를 즐겨보자.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글래스 바텀 보트, 바나나 보트 등등. 산호 비치로 피크닉 갈때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바비큐를 맛보자. 깜짝 카드인 가와산 폭포로의 피크닉도 권할 만하다. 특히 폭포에서의 뗏목 타기는 화룡점정. 납작 엎드려 있다 천정이 바로 머리를 스치듯 지나갈 때 비명을 질러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 뗏목을 타기 전 선글라스나 안경을 맡겨 두는 것은 상식. 폭포를 구경한 후 마을로 내려와 마시는 코코넛즙이 시원하다. 이온음료 같은 맛에 갈증이 싹 가신다. 풀장 가에서 즐기는 저녁식사와 해변 파티는 로맨틱한 밤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다. 신혼부부들의 식수(植樹) 행사와 리조트 직원들의 환송식 역시 다시 오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바디안(필리핀 세부)=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