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20일 열렸던 한국과 핀란드의 국가대표 평가전을 생중계한다고 해놓고 사실은 10분 이상 지연 방송한 것으로 밝혀져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있다. MBC는 당초 20일 오후 11시 5분부터 축구경기를 중계할 예정으로 편성표를 고지했으나, 실제 방송은 수목드라마「선물」이 끝난 뒤인 오후 11시 15분 58초부터 시작됐다. 생중계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현장 상황을 10분 이상 늦게 보여주었던 것. 그럼에도 MBC는 지연방송에 관한 어떤 자막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MBC 스포츠제작국 관계자는 "편성부측에서 앞선 프로그램들이 다소 늘어났기 때문에 생중계를 지연하자는 요청을 해왔다"며 "스포츠제작국에서도 지연된 화면이라도 전체 경기를 모두 보여주는 게 시청자에 대한 바람직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자막으로 생중계가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10여분 정도 늦어지는 것은 생중계와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MBC 편성부에 따르면 이날 생중계가 지연된 것은 수목드라마「선물」의 제작량이 평소보다 많았던 가운데,「뉴스데스크」마저 인천 부평의 다세대주택 가스폭발사건으로 예정보다 3분 가량 길어졌기 때문. 편성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편성된 드라마를 축소해서 방송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생중계 지연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MBC의 인터넷 시청자게시판에는 "10분 이상 지연된 화면을 내보내면서 생중계 형식을 취한 것은 시청자를 우롱한 처사"라는 비난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강원이라는 한 시청자는 "드라마는 정규방송이고, 스포츠는 정규방송이 아니냐"며 "MBC는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의 공영방송다운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관계자들 또한 이번 MBC의 처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격화되고 있는 드라마 경쟁이 이같은 결과를 불렀다고 개탄하고 있다. 최근 시청률을 선점하기 위해 각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시간을 60분에서 70분으로 늘리면서 무리한 편성을 강행한 끝에 이같은 '파행방송'이 이뤄졌다는 것.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현 부장은 "MBC의 이번 생중계 지연은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적절한 해명 또는 사과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김부장은 또 "각 방송사들이 자의적으로 드라마 편성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에 대한 반성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핀란드전의 시청률은 19.8%(TNS 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