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작가인 곽덕준씨(65)가 21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5년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초대전에서 곽씨는 곁눈질하며 우스꽝스럽게 걸어가는 무수한 사나이들이 등장하는 화면을 작은 캔버스 수십개로 연결한 '무의미' 연작을 선보인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작가는 교토현대미술연구소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 위에 서 있다 보니 사회와 개인의 관계,미디어 이미지와 개인적 사유 사이를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아이러니와 역설 페이소스가 깃든 유머로 풀어낸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얼굴 반을 거울로 가리고 그 나머지 부분을 자신의 얼굴이 비치게 사진으로 제작한 '포드와 곽' '클린턴과 곽' 등 대통령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난센스의 유머'라고 표현한다. 코트 깃을 세우고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나이들에게는 세계와 마주하는 개인의 고독이 짙게 스며 있고 인간 존재에 대한 숙명적인 무게가 느껴진다. 우스꽝스러운 사나이는 항상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자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이 재치 있고 코믹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곽씨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각종 기획전에 50여차례 출품했다. 4월4일까지.(02)544-848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