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문고 고전 시리즈인 '고전의 세계' 2차분 5권이 나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는 시민적 휴머니즘과 공화주의 정치이념을 주창한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 휴머니스트 레오나르도 브루니(1370-1444)의 「피렌체 찬가」가 특히 관심을 끈다. 브루니라는 이름은 단테나 보카치오, 페트라르카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에 비해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인물이다. 그의 작품이 번역 소개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브루니는 시민적 휴머니즘을 제창함으로써 인간을 집단의 구성원으로만 인식하던 중세적 생각을 탈피, '최초의 근대인'이라는 월계관을 쓰게 된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르네상스를 연구하는 임병철씨가 옮겼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로 유명한 19세기 독일 역사학자 야콥 크리스토프부르크하르트(1818-1897)의 글 네 편을 묶은 「혁명시대의 역사서문 외」(최성철 옮김)와 1-2차 세계대전기에 활약한 독일 출신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의「인문학의 구조내에서의 상징형식 개념 외」(오향미 옮김)도 함께 나왔다. 부르크하르트의 글 중에 '그리스문화사 서문'은 유럽 고전문화를 수호하고자 한 그의 문화사학을 담고 있으며 '여행안내서의 16세기 회화 중에서'는 예술 형식의 진보성과 내용의 보수성에 천착한 그의 예술사학을 잘 드러낸다. 타이틀곡에 해당하는'혁명시대...'는 비판가 부르크하르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카시러의 두 글은 이번 2차 시리즈에 포함된 헤겔의 「논리학서론, 철학백과 서론」(김소영 옮김)과 함께 생소한 말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글들에 나타난 카시러의 생각을 요약하자면 인간이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문화로 보아야 하며 그렇기에 한 인격이 자기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문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카시러는 있음(sein)과 되어감(werden)을 상관관계로 파악한다. 「조국이 위험에 처하다 외」(서이자 옮김)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다른 시리즈는 프랑스 최초의 노동자정당인 사노당이 퇴역군인 불랑제가 주도하는 제정 부활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만든 일간지 '르 파르티 우브리에'에 게재된 노동자의 기고문을 추려 옮긴 것이다. 이 시대 프랑스사 연구에 긴요하다. 각권 160쪽 안팎. 각권 4천900-5천900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