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처럼 처절한 것이 있을까. 전쟁은 생과 사를 가르는 냉혹한 생존게임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또 하나의 치열한 게임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제로섬 게임도 많다. 내가 시장점유율을 올리면 상대방은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내가 공사를 수주하면 상대방은 손가락을 빨아야 할지도 모른다. 풍부한 화력으로 일거에 상대방을 무너뜨리려는 야심은 늘 선의와 웃음으로 포장된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분야의 기업을 방문했다. 경쟁사와의 시차는 불과 3개월. 신제품이 출하되고 나면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도 수주전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경쟁사는 결국 다른 기업에 흡수되고 말았다. 이런 스토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냥 일상적인 일이라 하겠다. 어떻게 상대방을 무찌를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전쟁의 역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기업들의 전쟁'(미래의창)을 집필한 닉 스켈론은 "모든 대학의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에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쓰여진 군사전략을 의무적으로 학습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전쟁에서 지휘관이 휘하 부대가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은 경쟁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상업적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방법과 동일하다"고 역설한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다. 전쟁은 최고의 실전 게임이다. 동원가능한 인간의 모든 지략이 함께 하는 곳이다. 전쟁을 학습하는 일은 경영자들에게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승리를 거두는 방법'에 대해서 무궁무진한 교훈을 가져다 줄 것이다. 브라우저 전쟁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 회사가 넷스케이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전면전을 치른 끝에 장렬하게 전사하고 만 이 회사는 화력의 절대적인 우위가 없는 전면전은 거의 자살에 가깝다는 초보적인 전쟁 전략에 무지하였다. 확실한 교두보를 구축한 다음에 전면전을 치른 월마트의 노회한 전략과 크게 비교된다. 전쟁과 비즈니스는 쌍둥이다. 분주함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적을 어떻게 요리해낼 것인가를 고심하는 사람들이라면 전쟁과 비즈니스의 닮은 꼴에 주목해야 한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전쟁 전략과 비즈니스의 교훈을 절묘하게 조합한 닉 스켈론의 이 책은 이런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