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金龍澤.54)씨가 새 시집 「나무」 (창작과비평사)를 냈다. 98년「그 여자네 집」,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이후 4년만이다. 시편들은 전원의 삶에서 스며나오는 서정과 자연 친화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꽃나무 아래에서 하루/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인이라고 했다"(). 키 큰 미루나무에 기대앉아 계절의 변신을 엿보며 깊은 서정에 젖곤 한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곳곳에서 날아와 귓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 에는 시시각각 조여오는 기계 톱날과 굴착기의 굉음에 시달리는 안타까움이 절절하다. 밖은 허술할지라도 안이 풍성한 안빈낙도의 삶이기에 시인은 그래도 행복하다. "잠시 놀러와서 빌려 사는 세상의 집들이 내가 살기엔 너무 크지 않느냐" 유년시절 추억도 떠올린다. '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고 쟁기 지고 소 앞세우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 잃어버린 한 폭의 동양화를 되찾은 듯하다. 태를 묻은 곳에서 살고 있으니 시인은 얼마나 행복한가. 많은 이들이 공룡같은 대도시로 떠밀려 우리의 본향인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현실 사회에도 눈 돌린다. "가난은 아름다웠지만 귀향은 치욕이다"(). 경제위기로 양산된 실업자, 노숙자와 그들의 슬픈 귀향이 시인의 가슴에 강하게 각인된다. 시인은 교원 정규인사에 따라 5년간 몸담았던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의 생활을 마감하고 새 학기부터 임실군 덕치면 덕치초등학교로 옮긴다. 시인에 따르면 계획중인 섬진강 적성댐이 생길 경우 덕치초등학교는 물에 잠긴다. 이 학교는 댐 건설 저지에 앞장서 온 그의 모교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